“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이른바 '3·8 개각' 사태는 지난 2년 동안 국민과 청와대 간 눈높이 차이가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확인시켰다. 부실 학회 논란이 불거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은 점도 문제였지만 '정의'를 앞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이 같은 일이 계속 쏟아진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마저 부동산 투기에 올인한 것은 국민 정서에 불을 지른 셈이 됐다.
청와대 7대 인사 검증 기준은 통과했어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면 결격 사유로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 줬다. 이것을 두고 국민 눈높이가 예전과 달라졌다거나 높아졌다고 핑계 대기엔 다소 초라해 보인다.
모든 국민 정서가 언제나 같을 수도 옳을 수도 없다. 그러나 다수 국민의 판단이라 할 수 있는 여론이 굳어지면 그것은 '국민정서법'이 된다. 그만큼 국민 정서는 무엇이라 규정하긴 어렵지만 법률 수준의 효력을 발휘한다. 가끔 정부나 국회도 명분이 마땅치 않으면 국민 정서를 앞세운다.
국민 정서는 단순한 사적 감정이 아니다. 여론을 형성하는 만큼 공적인 성격의 '의견'이다. 얼마 전 청와대를 찾은 한 경제 원로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수정·보완을 요청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제 등이 고용 대란, 분배 쇼크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무리한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국민 정서다.
한 달 뒤면 문재인 정부 출범 만 3년 차에 접어든다. 각종 경제 현안이 진척 없이 쌓여만 가고 있다.
원아를 볼모로 집단휴원을 실시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나 공유차량에 반대하며 묻지마 투쟁을 전개하는 택시업계 등은 절대 다수의 국민정서에는 반하는 집단행동이다.
정부가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국민 눈높이, 정서에 부합하는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내년 21대 총선에서 '경제심판'을 받을 것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