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처럼 접었다 펴는 스크린, 영화에서만 보던 투명 디스플레이, 180도에 가까운 시야각으로 상하좌우 어디서나 선명한 화면 등은 모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OLED 분야에서 98%라는 압도하는 시장 점유율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쟁쟁한 선진국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선두 주자로 등극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OLED 시장 성공은 민·관의 과감한 투자와 장기간에 걸친 핵심 기술 축적이 어우러진 결과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점유율 1위 등극에 안주하지 않고 OLED를 차세대 전략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술 축적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정부는 253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와 각종 규제 애로 해소를 병행, 업계가 제품 양산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했다.
OLED뿐만이 아니다. 이차전지에도 1997년부터 2000억원의 정부 R&D를 투자, 세계 시장 37% 점유에 일조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탄소섬유에도 2009년부터 1600억원의 R&D 투자로 세계 시장 점유율 5위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우리 산업 기술의 R&D 성공은 지난한 도전과 축적 과정을 거쳐 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의 OLED 같은 신산업 발굴과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도전, 축적, 속도'를 키워드로 하는 '제7차 산업기술혁신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산업계 난제 해결에 '도전'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지난날 철로 금을 만들고자 한 연금술사(알키미스트)의 무모한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화학물이 발견돼 현대 화학의 기초를 이뤘다는 것에 착안했다. 우리도 '깃털처럼 가벼운 금속 구조체' '1분 내에 완충이 가능한 배터리'와 같이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산업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파괴력 강한 기술 개발에 도전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를 선도할 핵심 기술을 '축적'하는 '산업기술 축적거점 육성사업'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 추진한다. 핵심·원천 기술에 대해 특정 기업이 아닌 공공 연구소와 대학이 주도해서 개발해 기업에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거점으로 지정된 기관은 산업 기술 보고로서 원천 기술을 지속 개발·공급, 산업계 기술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급속한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기술 R&D에 '속도'를 더한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 국내외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는 '플러스 R&D'를 도입한다. R&D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 확보 전략을 사용, 개발에 소요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산업 기술 R&D 투자가 집중될 '전략투자 분야'와 '100대 핵심기술'을 선정했다. 산업부는 향후 전략 투자 분야에 대한 R&D 투자 비중을 95%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시설·장비 구축 중심인 인프라 지원 방향은 '데이터플랫폼, 표준, 실증' 위주로 전환, 민간의 신산업 창출을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산업 현장에 맞는 기술 창의 인력 양성, 혁신 실험장인 규제 샌드박스 등을 활용한 R&D 성과의 신속한 시장 진출 전략도 포함했다.
15년 전에 미국 모하비 사막에서는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관한 '그랜드 챌린지'라는 자율주행차 경주대회가 열렸다. 첫 대회에서 가장 멀리 간 차는 고작 12㎞를 달리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듬해 열린 차기 대회에서는 5개 팀이 무려 240㎞를 달려 결승점을 통과했다.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도전과 축적은 계속돼야 한다. 산업부와 함께 우리 기업이 미래를 위한 혁신과 모험에 과감히 뛰어들어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건수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 gspark@mot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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