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 뜯어고치자는 목소리 높은데...개정안 40여건 중 상임위 통과는 '0'

8일 문재인 대통령이 2기 내각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진통이 계속됐다. 인사청문제도를 뜯어고치자는 목소리도 높아졌지만 법 개정 논의는 진전이 없다.

인사청문 뜯어고치자는 목소리 높은데...개정안 40여건 중 상임위 통과는 '0'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40여건 중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건도 없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표출한 강력한 개선 의지마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0대 국회 시작 후 인사청문제도 개선과 관련한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모두 41건 발의됐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8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제외한 40건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20대 국회 첫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2016년 7월 5일 운영위에 회부된 후 4개월 뒤인 11월이 돼서야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1년 3개월이 지난 2018년 2월에야 소위원회에 상정됐고 논의없이 미뤄졌다 9개월 후인 2018년 11월에 재상정됐다. 이후 5개월 동안 묵혀졌다.

계류된 개정안 내용은 후보자를 압박하는 내용부터 인사청문 대상 확대, 강화까지 다양하다.

조 의원 개정안은 '공직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거짓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함'이 골자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개정안은 공직후보자가 선서할 경우,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민주당 의원 시절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원자력 안전 및 규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상임위원회 인사청문 대상자에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포함시켰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 개정안은 인사청문 대상 공직후보자 선정에 신중을 기할 수 있도록 국회에 임명동의안 등을 제출하기 전에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사전검증자료 및 결과를 첨부하도록 했다.

문제는 개정안 발의가 계속되는 것과 달리 논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무총리처럼 국회 동의가 없을 시 임명강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부터 후보자에 대한 위증책임 강화, 자료제출 강화 등 다양한 개정안이 있지만, 여야간 정치적 부담에 개정 논의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모두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문 의장은 이날 5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도 인사청문제도 개선을 강력하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문 의장이 적극 추진한 '일하는 국회법'이 통과된만큼 앞으로 인사청문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앞서 “인사청문회 운영에 관해서도 여러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으로 고쳐보자는 의견”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양한 개정안이 발의된 만큼 속내는 다르다. 여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무소속)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도덕성 검증이 아닌 정책 검증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인 나경원 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반대다. 후보자 검증을 강화하고 국회 권한을 높이는데 초점을 뒀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의 인사청문제도 개선 의지에도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8일 야당 반대에도 박영선(행정안전부), 김연철(통일부) 장관을 임명했다.

청와대, 즉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각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특성상 여야 입장차가 좁히기가 쉽지 않다. 국회 운영위원회 여당 관계자는 “과정이야 어찌됐든 2기 내각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됐으니 국회 안에서도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