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과 퀄컴이 2년 이상 지속한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2017년 1월 애플이 퀄컴이 독점 지위를 이용해 특허 사용료를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특허 소송을 제기한 이후 2년여 만에 합의에 이르렀다.
애플과 퀄컴간 합의는 사실상 퀄컴의 승리라는 평가다. 5세대(5G) 스마트폰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5G가 다급했던 애플
최대 30조원에 이르는 애플과 퀄컴의 '역대급' 소송이 전격 합의로 종결된 이유는 '5G'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5G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화웨이가 7월 출시를 예고한 만큼 위기감을 느낀 애플이 퀄컴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갤럭시 S10 5G'을 출시,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 선점에 착수했다. 화웨이도 7월 5G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반면, 애플은 올해 5G 스마트폰 출시 계획이 없다.
애플의 5G 아이폰 스마트폰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주요 이유로 퀄컴과의 소송이 손꼽히고 있다. 현재 5G 모뎀칩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퀄컴, 삼성전자, 화웨이 등 3곳 뿐이다.
문제는 애플이 5G 모뎀칩을 조달할 적합한 곳이 없다.
퀄컴과는 특허소송을, 삼성전자는 부품 의존도가 높은 곳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의 중심이다. 애플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인텔뿐이었다.
그러나 인텔의 5G 모뎀칩 개발은 원활하지 않았다. 인텔은 PC나 서버 등 컴퓨팅 시장에서는 강자지만, 모바일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뎀칩 분야에서 퀄컴이나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뒤쳐진다.
인텔은 내년 5G 모뎀칩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5G 스마트폰이 물밀 듯 출시되는 상황에서 애플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텔 5G모뎀 철수 이유는
인텔은 애플과 퀄컴의 특허소송 합의가 발표된 직후 5G 모뎀칩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인텔은 “5G 스마트폰용 모뎀 비즈니스에서 손을 떼고, 5G 네트워크 인프라와 데이터 센터용 제품 생산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인텔이 고객을 발굴하기 어렵다고 판단,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가 자체 칩을 개발했고, 화웨이도 모뎀칩을 내재화한 상황에서 애플마저 퀄컴 칩 사용을 검토하기 시작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는 “반도체 특성상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후발주자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면서 “5G 모뎀 칩 개발과 양산을 위해 투자한 만큼 많이 팔아야 하지만, 인텔은 주요 고객에 공급하는 것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5G 칩 주도권 쥐는 퀄컴…한중미 3파전
퀄컴이 다시 애플에 5G 모뎀 칩을 공급할 수 있게 돼 글로벌 5G 칩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올해 CES·MWC에서 퀄컴은 MIP(Most Improved Player)라고 할 정도로 5G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퀄컴이 5G 시대 주도권을 장악하기 투자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이고, 애플에 5G 칩을 공급하게 되면서 다른 회사보다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5G 시대 각광받는 분야로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여러 분야가 있지만 대표적 5G 활용 분야인 모바일 기기에서는 퀄컴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인텔이 5G 모뎀 칩 시장 진입을 철회한 만큼 우리나라와 중국, 미국 3강 체제가 고착화돼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5100'이라는 5G 모뎀칩을 자체 개발했고, 퀄컴은 스냅드래곤 X50, 화웨이는 '발롱5000'으로 5G 모뎀칩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 상황이다.
정 교수는 “퀄컴 칩이 가장 많이 보급이 돼 있고 화웨이와 삼성전자 칩은 자국 내에서 많이 쓰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3강 체제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5G 기술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퀄컴이 추격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에서 화웨이 혹은 퀄컴을 선택하는 빈도가 높다고 하지만 오포나 비보 등이 삼성전자를 선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