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퀄컴이 최대 30조원 규모의 초대형 특허 분쟁에 합의했다. 애플과 퀄컴은 16일(현지 시간) 각자 성명을 내고 “특허 소송과 관련해 합의를 이뤘고, 양측이 제기한 각종 소송을 일괄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표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은 9명으로 배심원단을 구성하고 공개 변론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애플은 통신 모뎀 칩을 공급하는 퀄컴에 일회성으로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내고, 2년 연장 옵션의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양측의 법적 공방은 2여년 만에 마무리됐다.
대체적인 관전평은 애플의 백기 투항이라는 해석이다. 법적 공방을 시작한 2017년 이후 애플은 최신형 스마트폰에 인텔 모뎀 칩을 사용해 왔다. 퀄컴 칩의 성능이 뛰어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애플 아이폰이 삼성전자의 고성능 스마트폰에 뒤진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5세대(5G) 통신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더욱 다급해졌다. 인텔은 더 이상 모바일 관심이 떨어져 칩을 공급받을 업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지난해 5G모뎀 칩을 발표한 중국 화웨이로 좁혀졌다. 분쟁이 길어질수록 애플은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보면 애플이 그만큼 5G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유독 애플은 5G와 관련해 관망세를 보였다. 5G 아이폰과 관련해서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 애플이 수세 입장에서 공세로 바꾼 데는 최근 미국 정부 입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불과 며칠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G 시대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의 굴욕이라는 비판에도 퀄컴과 합의한 데는 이 같은 분위기가 작용했다.
애플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5G 주도권 경쟁도 막이 올랐다. 다행히 우리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면서 기선을 잡았다. 남은 과제는 미국과 중국 협공에서 5G 완성도를 높이는 길이다. 정부, 서비스사업자, 제조업체가 삼각편대를 형성해 '최초'를 '최고'로 바꾸는 등 5G 시장에서 확실한 이정표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