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간판바꿔다는 중소형 증권사...급변하는 자본시장 지형도

[이슈분석]간판바꿔다는 중소형 증권사...급변하는 자본시장 지형도

금융투자업계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을 위한 연이은 몸집 불리기에 이어 중소형사 사이에서도 최대주주 변경, 사업 재편 등에 따른 일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비바리퍼블리카의 신규 증권업 인가 추진 등 증권업에 신규 진출하는 등 핀테크 기업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전문사모운용사를 중심으로 신설법인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사모중개 업무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중소기업금융 전문 투자중개회사가 도입되는 등 자본시장 전반이 변화하고 있다.

◇최대주주 변경, 사업 재편으로 쇄신 나선 중소형사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포스증권, 상상인증권 등 중소형사가 연이어 사명을 변경하고 있다.

한국포스증권은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새 이름이다. 지난해 말 한국증권금융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지난달 펀드온라인코리아에서 한국포스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4년 '펀드 슈퍼마켓'을 표방하며 출범했던 펀드온라인코리아는 단순 펀드 판매만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증권이라는 이름을 사명에 추가했다. 신탁업 인가를 추가 취득해 펀드담보대출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인형 퇴직연금 분야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포스증권 관계자는 “사명을 바꾼 이후 재창업의 자세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고객자산관리 편의성 증대를 위해 비즈니스를 점진 확대하고 펀드슈퍼마켓 애플리케이션을 혁신적으로 바꿔 온라인 종합자산관리 시장의 새 흐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브릿지증권도 지난달 29일 '상상인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기존 골든브릿지증권으로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던 상호명도 지난 16일 상상인증권으로 변경상장을 마무리했다. 상상인저축은행 등을 자회사로 둔 상상인은 지난해 2월 골든브릿지증권의 최대주주인 골든브릿지와 보유 지분 2121만주(41.84%) 전량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3월 대주주 변경을 마무리했다.

상상인증권은 사명 변경과 함께 이명수 상상인저축은행 상무, 이경우 상상인 이사 등 계열사로부터 신규 임원을 수혈하는 등 모회사와 연계 강화를 개시했다. 사명변경과 함께 분당 지역에 상상인증권 추가 지점을 개설하는 등 사업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토러스투자증권 역시 대주주 변경에 따른 대대적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정례회의에서 DS네트웍스의 토러스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뒤 약 4개월만의 결정이다.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정호 전 메리츠종금증권 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인수에 따른 후속 절차를 이어갈 방침이다.

대주주 변경 없이 CI를 바꿔 쇄신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한양증권은 지난달 43년 만에 CI를 개편했다. '은둔의 증권사'라는 세간의 인식을 벗고 강소형 증권사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기 위한 행보다. 실제 한양증권은 이달 들어 IB부문 다각화를 위해 구조화금융본부를 신설했다. 유동화증권(ABS) 부문의 신규사업 영역 개척을 위해서다.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3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주도하고, 바이오기업 아이큐어의 5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단독 주관하는 등 IB분야에서 의미있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자본력 중심 과당경쟁 증권시장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소형 증권사의 연이은 인수합병, 사명 변경, 쇄신 분위기는 최근 수년간 금융투자업계에 불어닥친 자본력 경쟁에 따른 결과로 해석한다.

초대형 IB 제도 도입 이후 대형사를 중심으로 금융투자업계에는 대형 M&A가 끊이질 않았다. 2014년 NH농협증권의 우리투자증권 M&A를 시작으로 2015년 메리츠종금증권의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KB투자증권의 현대증권 인수까지 대형 M&A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하이투자증권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DGB금융그룹으로 넘어가고, SK증권은 SK그룹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J&W파트너스로 대주주가 바뀌는 등 중견급 증권사의 M&A까지 모두 마무리된 만큼 시장에 남은 소형 매물로 관심이 쏠린 셈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대주주가 바뀐 증권사는 전부 자기자본 규모 1000억원 미만의 소형 증권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4~5년간 대형 증권사 매물부터 시작해 중소형사까지 순차로 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으며 시장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면서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가 마무리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당분간은 매물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2008~2009년 당시 신규 진입한 증권사 10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미 사업을 접었거나 주인이 바뀐 상황이다. 당시 신설된 증권사인 애플투자증권과 한맥투자증권은 자진청산, 주문사고로 인한 파산 등으로 이미 문을 닫았다. LIG투자증권은 케이프투자증권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DS네트웍스로 주인이 바뀌었고, 바로투자증권 역시 카카오페이에 인수를 앞둔 상황이다.

최근 금융위가 내놓은 증권사 경쟁도 보고서에서도 “증권사 신규 진입으로 인한 경쟁이 크게 촉진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기존 진입한 증권사 수가 많고 경쟁에서 자본력이 중요해짐에 따라 소규모 자본력의 신규 증권사가 자본력 우위를 가진 기존 증권사를 위협하거나 경쟁을 촉진하기에는 어려웠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본력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형사가 살길은 결국 틈새시장 공략뿐”이라면서 “부동산 금융부터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 개발, 벤처투자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영역을 지속 확대하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