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는 정부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이 꺼져가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간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가 겪었던 수요 기업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만한 방안을 담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기업과 중소 시스템반도체 업체들과 협력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꾸준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전략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시스템반도체 기업 수요 창출 및 성장 단계별 지원 강화 △파운드리 첨단·틈새시장 동시 공략으로 세계 1위 도약 △팹리스-파운드리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민·관 합동 대규모 인력 양성 △차세대 반도체 기술 확보 등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가 겪고 있었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잘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많은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정책이 언급돼 왔지만 제대로 투자가 되지 않았다”며 “특히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인력 부족이 가장 급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인데 전략대로만 된다면 생태계 선순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업체 '원스톱' 지원 체계 구축에 대한 반응이 좋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사무 공간(오픈랩)을 구축하고 한 웨이퍼에 다양한 시제품을 담는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 제작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김재석 연세대 교수는 “중소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정부 지원 방안을 알고 있어도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해서 힘들었는데 한 곳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창업을 활성화하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국내 중소 시스템 반도체 기업과 협업을 모색한 것도 눈에 띈다.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로봇 등을 제조하는 수요 기업과 칩 업체가 모여 '얼라이언스 2.0'을 구성해 상생을 모색하고 대기업이 파운드리를 적극 개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수요 기업인 대기업도 정부 뜻에 화답했다. 이날 얼라이언스 2.0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행사 참가한 전병환 현대모비스 책임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시스템 반도체 업체와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업체와 상생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미지센서 기업인 넥스트칩 등과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지원을 위해 시동을 걸었지만 2030년을 목표 시점으로 설정한 만큼 꾸준한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대-중소기업 간 보여주기식 MOU 협약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상생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지원하도록 관련 부처와 조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특성상 석·박사 고급 인력을 많이 양성해야 하는데, 융합형 전문 인력, 수요 맞춤형 인력이 무엇인지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꾸준한 지원과 면밀한 검토를 위해 컨트롤타워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재석 교수는 “시스템반도체 2015 정책 당시에도 정책은 좋았지만 때에 따라, 상황 따라 필요한 규정을 지정할 수 있는 중심축이 없어 지속성이 떨어졌다”며 “정부 차원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