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는 엄청난 부자다. 재산 규모가 조 단위다. 마음도 따뜻하다. 이들은 모두 거액 기부를 하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회원이다. 기부 규모는 상상 초월이다.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모임이다.
엄청난 부자면서도 짠돌이로 유명한 사람이 래리 페이지 구글 회장이다. 억만장자들이 기부 릴레이로 사람 좋은 이미지를 만들 때 그는 달랐다. “많은 사람이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악(evil)하다고 생각하죠. 기업이 20년 전에 해오던 방식대로 점진적인(incremental) 변화를 계속 추구한다면 그런 생각은 타당해요. 하지만 오늘날 기업에 필요한 건 혁신적인(revolutionary) 변화에요. 일론 머스크는 화성으로 가고 싶어 해요. 그건 인류에게 가치가 있는 목표죠. 이것이 바로 기업이고 이런 목표가 바로 자선이에요.” 기업이 좋은 목표를 세우고 혁신하는 것이 자선이라고 정의한다.
그에게 좋은 목표에 대한 판단 기준은 '가치가 있는가'다. 래리 페이지는 '자선'보다 인류를 위해 기업인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기부라는 단어를 꺼낸 적이 있다. “어느 날 버스에 치어 죽는다면 자신의 재산을 일론 머스크에게 기부하겠다”는 말을 했다. 자선단체가 아니라 일론 머스크에게 기부한단다. 일론 머스크에 기부하는 것이 인류 미래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긴 것이다.
기업은 이런 저런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무슨 연대니 하는 시민단체에 돈 좀 낸다. 수재민을 위해,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무슨 사고 희생자를 위해 기부금을 낸다. 기업 내부에 사회공헌을 전담하는 부서도 만들었다. 조금 큰 회사는 재단을 만든다. 기부인지 '삥' 뜯기는 건지 모를 후원을 한다. 후원받은 시민단체는 기업에 등을 돌리지 않는다. 착한 기업은 아니어도 적어도 욕은 덜 먹는다. 돈 번 기업의 딜레마다.
래리 페이지도 자선단체나 사회단체가 기부를 요청하면 교양 있게 들어줘야 한다.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면 좋을 게 없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세금도 감면받고 착한 기업인 코스프레도 할 수 있으니.
그러기엔 래리 페이지는 욕심이 지나치다. 사람에 대해 그렇다. 사람이 기업을 만들고 그 기업을 통해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믿음이 있기에 틈만 나면 사람을 찾아다닌다. 래리 페이지를 만나려면 CES로 가면 된다. MWC 전시장을 기웃거리다 보면 만나는 게 그다. 미국 구글 콘퍼런스나 해외에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느닷없이 그를 만난다.
록히드마틴 핵융합학자 찰스 체이스는 구글 X콘퍼런스에서 그를 만났다. 20분 넘게 핵융합과 인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핵융합 지식은 없었지만 질문은 정곡을 찔렀다. 래리 페이지는 핵융합 공정을 단순화할 수 없는지 물었다. 공정 과정을 단순화한다는 것은 거대 에너지원을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언맨 슈트처럼. 대화는 흥미로웠다. 찰스 체이스는 대화를 마칠 때 쯤 통성명 없이 대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말했다. “래리 페이지입니다.”
래리 페이지 기부는 빌게이츠와 다르다. 누군가는 미래 인류를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구글 광고 수익으로 차린 회사 알파벳이 그렇다. 무인자동차, 바이오테크, 인공지능, 에너지 사업, 우주여행 등 인류 구조 프로젝트다.박선경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