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상반기 보고회 앞둔 LG 계열사, 사업 일제 정비

여의도 LG트윈타워. [전자신문 DB]
여의도 LG트윈타워. [전자신문 DB]

LG그룹 계열사가 이달 말 열릴 사업보고회를 앞두고 '비주력 사업' 일제 정비에 들어갔다.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그룹 전반에 걸쳐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솎아낸다. 반면에 자동차, 5세대(5G) 이동통신, 로봇 등 신규 육성 사업은 강화함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있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무선충전 사업 중단을 검토 중이다. 스마트폰과 무선충전기에 들어가는 무선충전모듈을 더 이상 제조하지 않는 것이다. 회사는 계약상 남은 물량을 소화하다가 규모를 점차 축소, 완전 철수하는 단계를 밟을 예정이다. 자동차용 무선충전 사업은 지속하기로 했다. LG는 2012년 구글 넥서스4를 시작으로 주요 휴대폰 업체에 무선충전모듈을 공급하며 사업에 진출했다. 세계 최초로 무선충전 기능과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능을 갖춘 모듈도 개발했고, 유명 액세서리 업체인 벨킨에 모듈을 공급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LG이노텍은 사업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도 최근 무선충전 사업을 매각했다.

LG이노텍에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일반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 사업 철수 방침을 정했다. 회사는 자동차용에 집중하겠다며 OLED 조명 제조 라인을 재조정했다. <본지 2019년 4월 15일 21면 참조>

LG화학은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과 유리기판 사업의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LCD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그룹의 큰 방향이 OLED로 전환되면서 LCD용 편광판, 유리기판 사업을 매각하는 등 방안을 찾고 있다.

부품소재 계열사뿐만 아니라 시스템통합(SI) 업체인 LG CNS는 미국 병원 솔루션 사업을 접었다. ㈜LG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 CNS 등이 공동 투자한 연료전지 연구개발(R&D) 법인 'LG퓨얼셀시스템즈'도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사실상 LG그룹 전 계열사가 사업 재편에 들어간 셈이다.

LG 안팎에선 이달 말에 열리는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앞두고 그룹 전체가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LG는 5~6월, 11~12월 1년에 두 차례 사업보고회를 갖는다. 상반기에는 중장기 전략, 하반기에는 한 해 성과를 주로 논의한다. 한 LG 관계자는 “상반기 보고회는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의 중점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라면서 “계열사별로 주력 사업과 비주력 사업을 어떻게 하겠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상반기 보고회를 전후해 중요 결정이 내려진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사업 재편이 추진되면서 LG 내부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최종 의사결정에 따라 조직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주력 사업 정리와 동시에 LG는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를 강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동차 전장이 대표적이다. OLED 조명 사업 조정과 같이 정리 사업 분야에서도 자동차 관련 분야는 남겨둬 눈길을 끌었다. 이보다 앞서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전장조명 회사 ZKW를 그룹 사상 최고 인수합병(M&A) 금액인 1조444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 밖에 5G, 로봇, 인공지능(AI) 등도 집중 투자 분야로 꼽힌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을 인수했고, LG전자는 산업용 로봇업체 로보스타 인수 및 서비스 로봇 개발업체 로보티즈에 지분을 투자했다. LG화학은 듀폰에서 OLED 소재 기술을 인수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체제가 된 후 LG그룹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면서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축소하고 새로 육성할 사업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