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시도하는 건 3년여 만의 재도전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이해 미디어플랫폼 확대는 물론, 초고속인터넷과 필수설비 등 통신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합병 성공을 위해서는 규제기관을 대상으로 콘텐츠 경쟁 활성화 효과를 설득하는 일이 관건이될 전망이다.
◇3년 전과 다른 점은
SK텔레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에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티브로드동대문방송 합병 허가를 신청했다.
정부 인가를 얻으면 티브로드와 티브로드동대문방송은 SK브로드밴드에 흡수된다. 티브로드노원방송은 당분간 SK텔레콤이 직접 자회사로 운영한다. 이 회사는 딜라이브가 지분 45%를 보유해 합병이 불가능했다.
SK텔레콤이 추진하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결합이 LG유플러스·CJ헬로 결합과 차이점은 알뜰폰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태광산업은 보유했던 종합유선방송(SO) 사업을 모두 SK텔레콤에 매각하지만 알뜰폰(한국케이블텔레콤)과 채널(티캐스트)는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은 KT에 비해 약점으로 손꼽혔던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경쟁력을 일거에 강화할 전망이다. 합병이 허가되면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은 가입자를 777만명(시장점유율 23.92%)으로 늘린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630만명으로 KT(872만명)와 격차를 좁히며 2위를 유지한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병해도 관련 시장에서 2위 또는 3위를 유지한다는 사실과 알뜰폰이 합병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3년 전에 비해 허가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옛 CJ헬로비전 인수합병신청을 불허하며 독행기업이 사라지고 SK텔레콤의 이통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에 대해서도 과거처럼 권역단위가 아닌, 전국시장을 기준으로 시장획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심사쟁점은
3년 전에 비해 유리한 상황은 분명하지만 경쟁사 견제는 변수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신청 당일부터 이통시장 1위 SK텔레콤의 무선상품 지배력이 유료방송 시장에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텔레콤이 강력한 이통 경쟁력을 앞세워 결합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경우 통신·방송 시장 전체 경쟁이 저해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KT 인터넷과 IPTV 등 유선 결합상품 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무선상품의 방송시장 지배력 전이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이 유료방송·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을 강화하고, 이용자 편익과 공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규제기관에 설득하는 일이 관건이다.
미디어 사업과 관련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는 가입자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며 콘텐츠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케이블TV 시장의 저가 출혈경쟁을 없애며 비용을 효율화, 콘텐츠 투자 동력으로 전환해 이용자에 혜택을 강화한다는 점을 집중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온라인영상서비스(OTT)와 시장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다.
통신서비스의 경우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가 보유한 경기남부지역, 세종시 등 23개 권역의 유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유선 인프라 중 관로는 5G 망 구축과 10기가 인터넷 커버리지 확장 등 측면에서 핵심요소다. SK텔레콤은 높아진 설비 경쟁력이 서비스시장 경쟁을 강화하고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정부에 집중 설득할 전망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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