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이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감소했다.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금융업을 제외한 573개사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1분기 매출이 484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6% 늘었다. 문제는 미래 성장성 및 경영 성과를 보여 주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다. 영업이익은 27조8000억원으로 36.88%, 당기순이익은 20조9000억원으로 38.75% 각각 줄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5.74% 및 4.31%로 지난해 동기 대비 3.37%포인트, 2.74%포인트 하락했다. 매출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이익률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실적 부진 배경은 역시 수출이었다. 세계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았지만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중국 등으로의 수출이 타격을 받았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출은 1327억달러(약 158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줄었다. 컴퓨터(-33.7%), 반도체(-21.4%), 무선통신기기(-27.1%) 등 정보기술(IT) 업종의 감소폭이 컸다. 무엇보다 반도체가 변수였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출 물량 감소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매출이 14.6%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2.0% 및 58.5% 감소함으로써 전체 상장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기업 실적은 경기 사이클을 탈 수 있다. 전체 업황과 경기에 따라 주춤하거나 대박이 날 수도 있다. 문제는 일시적이냐, 구조적이냐다. 1분기 실적 하락은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가장 큰 원인인 수출은 당분간 개선이 쉽지 않다. 미-중 무역 갈등 상황을 볼 때 단기에 관계 회복은 어렵다. 반도체 경기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반등 조짐이 보이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침체 국면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시절만 기다릴 수 없다. 주춤한 수출을 감안한 새로운 경영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성장이 멈춘 기업은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방법은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