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유플러스가 신규 백본망(기간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통신장비를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세계 각국에 '탈 화웨이' 동참을 요구하는 상황인 만큼 국내 통신사업자의 화웨이 배제 결정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농협이 1200억원 규모의 전국 유선통신망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움직임을 보인 직후여서 이 같은 흐름이 통신 외 다른 분야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KT는 전국 백본망 신규 구축 사업자로 인피네라를 선정하고 6월 전후로 구축 작업에 착수한다. 기존 백본망 운영사업자인 화웨이를 배제하고 미국 사업자를 선택했다. 인피네라는 2015년 전후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다 이번 KT 백본망 구축 사업자로 전격 선정됐다.
KT는 신규 백본망을 통해 용량을 증설하는 동시에 분리된 하나의 전국망을 구성할 계획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10기가 인터넷 등 신규 서비스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를 제외한 나머지 광전송장비 제조사 가운데 한 곳을 통해 전국 백본망을 신규 구축한다. LG유플러스는 백본망을 주로 화웨이에 맡겼지만 '비 화웨이 통신장비로 망을 구성해 달라'는 주한미군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 장비를 제외한 신규 백본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전용 백본망'을 전국에 구축하는 셈이다. 라우팅 설계를 변경, 경쟁사 망을 거칠 때도 화웨이 장비를 거치지 않는다. 주한미군은 '화웨이 프리' 통신망 운영이 가능해진다. LG유플러스는 3분기 신규 백본망 구축을 마칠 계획이다.
현재 KT와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모두 백본망 광전송장비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한다. 양사가 신규 백본망을 완성하면 화웨이 보안 이슈가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화웨이 장비 없는 백본망이 등장한다. 이번 결정이 주목 받는 이유다.
외국계 통신장비 업체 임원은 26일 “KT와 LG유플러스가 신규 백본망 구축을 추진한다”면서 “LG유플러스는 주한미군과 협의를 지속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 분야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화웨이 통신장비 배제 움직임이 확산될 지 주목된다. 이보다 앞서 농협은 지난해 11월 1200억원 규모의 전국 영업점 유선통신망 우선협상 대상자로 KT-화웨이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화웨이 보안 논란 이후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통신업계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한국전력공사도 올해 말 초고속전력통신망 고도화 사업을 앞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KT와 LG유플러스의 이번 결정을 단순한 '망 이중화'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통신재난 대응 강화를 위해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장비를 사용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미군 회선은 유뮤선 모두 화웨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신규 발주는 재난 대비 망 이원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중 3국 간 이해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과거 '사드 보복' 사태처럼 미국과 중국 간 이해관계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한국에서 100억달러(약 12조원) 넘는 부품을 수입했다.
김연학 서강대 교수는 “급격한 변화는 동맹국에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외교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