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바이오헬스산업이 국가 신산업 성장 동력임을 재천명하고 관련 혁신 전략을 관계 장관회의 등을 통해 잘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실용성이 매우 강하고 현실에 맞는 판단이라고 본다.
그동안 우리나라 제조업의 변방에 있던 내수 중심의 바이오헬스 산업이 바이오경제 시대를 맞아 첨단 생명공학기술(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이 집약된 최첨단 지식 기반 산업으로서의 꽃을 피울 뿐만 아니라 풍성한 수확도 기대된다.
지금 바이오헬스 산업의 세계 시장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성장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바이오헬스를 신성장 산업 분야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헬스 산업의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과학기술정책, 산업정책, 보건정책 패턴이 생산적으로 변화한다면 수년 내 굴지의 다국적 바이오제약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확신한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창업 및 보육에 핵심 역할을 한다. 부가가치율과 1인당 부가가치 금액은 다른 일반 제조 산업의 2배에 이르고, 경제 파급 효과는 발생 매출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신약 개발을 시작한 지 33년째가 되는 해다. 기업은 1986년부터 시작된 신약 개발 역사 속에서 물질특허출원, 전임상시험, 임상시험, 기술수출 등 과정을 거쳐 왔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 신약 '카나브', 일양약품의 위궤양·십이지장궤양 치료 신약 '놀텍' 및 백혈병 치료 신약 '슈펙트', 녹십자의 '백신'과 SK바이오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 심사 중인 뇌전증 치료 신약 '세노바메이트' 개발 등 전 주기 신약 개발 과정을 완주하면서 순이익 대부분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신약 개발이 산업과 기업 성장의 바로미터가 아니라고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업은 신약 개발이 다른 산업 분야와 달리 장기간의 연구 경험과 축적된 기술로 성공이 가능하고, 전 주기 R&D 과정에서 수백·수천 번의 쓰라린 실패 경험이 밑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이미 체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약 개발은 세계 유명한 다국적 바이오제약 회사와 비교가 안 되는 규모 및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R&D 임상에 투자할 수 있는 임계 R&D 자원(임상비, 생산설비투자자금, 인력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통한 중기 투자 재원 마련이 절대 필요하다.
신약 개발의 고도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부가 최우선으로 산업정책과 보건정책의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와해성 신약 개발 기술을 관련법과 제도 아래에서 신속하게 수용할 수 있는 신규 입법 및 품목 허가 관련 법안의 규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보험 재정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약사법을 개정해서라도 보험약가상환제도를 합리화 방안으로 개편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가 삼위일체로 합력해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에 집중한다면 그룹사·제약기업·바이오기업·벤처기업·스타트업의 세계 수준급 신약 개발에 대한 소망을 앞당길 수 있고, 환자와 함께 완치의 기쁨도 나눌 수 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jcyeo@kd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