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드디어 공무원 단속에 나섰다. 복지부동에 찌든 공무원 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사혁신처가 최근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했다. 7월 15일까지 입법예고하고 법제처 심사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8월부터 시행한다.
인사혁신처가 마련한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은 일하는 공무원에게는 실수를 문책하지 않거나 승진 시 혜택을 주고, 일하지 않아서 민원을 야기한 공무원은 징계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벌써부터 필요한 변화였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벌써 시행세칙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나섰고, 이 같은 분위기는 기초단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공무원 사회에 일 안 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공연히 뭔가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실수라도 하면 감사에서 지적돼 불이익을 받을 공산이 크다 보니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탈 날 일이 없으니 그저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요즘 공무원 사회 풍경이다. 심한 경우 현실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아 공분을 사기도 한다. 그래도 공무원 탓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중앙 부처 가운데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좀 심했다. 청에서 부로 승격하면서 많은 변화와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초대 장관의 업무 스타일이 공무원 손발을 꽁꽁 묶어 놓았다. 초대 장관은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어서 병목현상이 심했다. 실·국장은 물론 차관에게도 전결권을 주지 않았고, 산하기관까지 장관 결재가 떨어져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놓은 터여서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할 구실은 차고도 넘쳤다.
장관이 바뀌고 나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여러 부분에서 지속됐다. 장관 스타일이 다르니 당연히 예전처럼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로 그쳤다. 아직도 실무 담당 부서와 산하기관은 대변인실 허락을 받아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상태다. 업무 처리는 계속 지연되고, 담당자는 그동안 일손을 놓고 기다려야 한다.
위에서 지적하거나 변화를 요구하지 않으니 전임 장관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나중에 어떤 소리를 들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융통성을 발휘해 예전처럼 돌려놓을 이유가 없다.
이를 소극행정 사례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답답하다. 그동안 쌓인 불만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차관이라도 나서서 하루 속히 정상으로 되돌려야 할 사안이다.
인사혁신처가 입법예고한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은 공무원 사회 내부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열심히 일하다 범한 실수는 면책해 준다고 하니 더 이상 몸을 사릴 이유도 사라졌다. 이번 공무원임용령은 추후 공공기관에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최대 관심이 '승진'이라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감사(監査)'다. 감사와 연계해서 적극 행정을 전개한 공무원에 대한 면책 범위를 확대하거나 소극행정으로 일관한 공무원을 문책하면 효과를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당근과 채찍은 둘 다 더욱 확실한 것이 좋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