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보면 애플 워치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간을 보고, 조깅을 하면서 전화를 받고, 체조·자전거·수영 등 운동을 하면서 활동량·심장박동수·혈압을 재고, 메시지를 읽는다. 웰니스 시장에 어필하는 생동감 있는 멋진 광고다. 그만큼 애플 워치에 관심이 높다는 증거다. 2019년 1분기 애플의 스마트워치 판매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3.3%나 증가해서 14.9% 감소한 아이폰 판매 실적 저조 극복에 큰 몫을 했다. 주요인은 세련되고 편안하고 친숙한 디자인과 웰니스 기능도 한몫 했지만 새롭게 발표되고 있는 헬스 케어 기능과의 연관성도 깊어 보인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심전도(ECG) 기능을 탑재해 심장 질환을 모니터하는 것은 물론 투에오헥스라는 벤처기업을 인수해 천식 증세를 실시간 확인하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초음파를 활용한 심장 검사 기능과 움직임이 없는 응급 상황에서 긴급 경보를 울리는 기능을 개발하는 등 헬스케어 영역에서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배경은 우리 주변에 아침과 저녁으로 혈압이나 심장 검사 수치를 모니터하고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디스크·협착이 있거나 치매, 낙상 등 대부분 노인이 겪게 되고 주변 식구도 영향을 받는 노인병이 이 범주에 해당된다. 지속해서 건강관리를 받아야 하거나 돌봄이 필요한 인구가 많아질수록 웨어러블은 일상생활 건강을 기록하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애플은 매번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관리를 지속하고 싶은 수요를 충족시켜 환자 중심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혁신 사업 모델을 추진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올해 출생 인구가 36만명이고 65세 노인으로 진입하는 인구가 40만명이다. 내년이면 노인 진입 인구가 80만명이고, 후년이면 100만명이 된다. 고령화 속도는 가공할 만하다. 그런 만큼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도 빠르다.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7.6%에서 2019년 14.9%, 2040년 22.6%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시대에 15%나 되는 노인 인구가 2~3분 동안 의사 진찰을 받기 위해 매일 병원을 오가고, 검사를 받고, 약을 타기 위해 2~3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은 난센스다. 예방과 일상생활에서 건강관리 없이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기도 불가능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병원과 의사 중심 의료가 환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예상하고 있듯 싫든 좋든 간에 병원 중심 의료는 앞으로 지속된 검사 기록을 기반으로 자택이 병원으로 되는 환자 중심 의료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이미 혁신 국가는 자동차에 의료 장비를 갖추고 24시간 환자를 찾아가는 21세기형 왕진 의사 시험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법 규제 프레임에 갇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기술력과 정보통신기술(ICT) 문제는 아니다. 단지 이해 당사자 간 줄다리기 속에서 미래 의료 발전이 덫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규제 개혁을 원하는 쪽은 미래 국가 경쟁력을 이유로, 다른 쪽은 안전성·유효성과 환자 권익을 이유로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원격의료가 그렇고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나 개인정보보호 제도가 모두 그렇다. 남들은 변하는데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뒤처지는 길이다. 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변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래 의료 발전을 위한 사회 합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간단하지 않지만 우리 의료가 지향해야 하는 목적과 목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왜 변해야 하고 왜 변할 수밖에 없는지, 변하는 과정에서 어떤 손해를 보고 변하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있는지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어떻게 변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은 연세대 의료원 헬스IT센터 교수 selee11@yu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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