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내년 초부터 1회 충전 주행 거리 600㎞인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본격화한다. 이 회사는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개발을 주도, 2022년 이후 전기차 시장에서 주행 거리 이슈가 나오지 않도록 기술 로드맵을 추진한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코P&S타워에서 열린 '제2회 전자신문 테크위크' 셋째날 기조연설자로 나서 전기차 배터리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윤 대표는 “2012년 국내 첫 전기차인 기아차 '레이'에 공급한 배터리는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100∼150㎞였지만 내년 초부터 고객사에 공급되는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600㎞를 주행할 수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니켈 비중을 90%까지 끌어올린 NCM 9½½(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90%, 5%, 5%인 양극재를 쓰는 배터리) 개발을 마무리하고 2022년에는 양산 차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NCM 9½½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되는 2022년 이후가 되면 전기차 1회 충전 주행 거리 이슈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기술을 선도하는 업체다. 특히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양극재 배터리 개발을 주도해 왔다. 배터리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이 많아질수록 출력이 높아지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전기차 주행 거리가 길어진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세계 최초로 NCM 622 배터리를 양산하고, 지난해에는 NCM 811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 적용했다.
배터리 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리막 기술도 내재화하고 있다. 축차 연신 공법을 통해 분리막 기공 형성과 열 안정성을 제어하는 독자 기술력이 돋보인다. 윤 대표는 “분리막 시장에서 물량으로는 글로벌 2위지만 품질로는 1위”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양극재, 분리막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 측면에서는 실리콘 함량을 높이는 개발이 한창이다. 음극에 실리콘을 쓰면 에너지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지만 충·방전시 팽창과 수축 정도가 커지면서 불량을 야기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NCM 811까지는 실리콘을 거의 쓰지 않았지만 에너지밀도를 700Wh/L 이상으로 높이려면 음극에 실리콘 비중을 높여야 한다”면서 “코팅 기술과 새로운 물질을 적용해 팽창 문제를 거의 해결했다”고 말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누적 수주 잔량은 430GWh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0조원 이상이다. 지난해 말 324GWh 수준이던 것에서 불과 몇 개월 만에 100GWh 이상 늘어났다. 이를 공급하기 위해 유럽, 중국, 미국 등 전 세계에 공장을 짓고 있다.
윤 대표는 “2023년이 되면 수주 잔량 규모가 700GWh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700GWh는 우리나라 연간 발전량의 7배에 이르는 규모”라고 소개했다. 윤 대표는 “이 수준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연산 100GWh 규모 능력의 공장이 필요하며, 대략 잡아도 투자비용만 10조원이 든다”면서 “2025년 100GWh 생산 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날 SKC가 1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전지용 동박업체 KCFT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전지용 동박은 이차전지 음극 집전체로 사용되며, 얇을수록 많은 음극활물질을 채울 수 있어 배터리 고용량화와 경량화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다. KCFT는 전 세계 1위 자동차 전지용 동박 공급 업체다.
전상현 KCF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올해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초극박 전지용 동박 양산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최근 4.5㎛ 동박을 세계 최장인 50㎞ 길이 마더롤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4㎛ 이하 초극박 제품을 광폭의 광조장 기술로 생산, 폭증하고 있는 전지용 동박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한편 2023년 매출 1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
정현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