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대만에 애플스토어 2호점을 열었다. 대만 타이베이 중심가 신이 지구에 자리잡았다. 이름은 '애플 신이 A13'이다. 대만 아티스트가 애플 제품을 이용해 창작 수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애플은 2년 전 타이베이에 애플 스토어 대만 1호점을 열었다. 누적 방문객은 400만명에 달한다. 애플스토어 대만 2호점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난감하다. 안 그래도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애플 시장 점유율은 9.1%. 올 1분기는 7%까지 떨어졌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5년 정점을 찍었던 애플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매년 떨어진다. 중국에서 화웨이가 강력한 애국심 마케팅을 전개하고, 미·중 무역 분쟁으로 미국의 애플 아이폰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고 있다.
애플이 대만에 애플스토어를 연 것도 이러한 현실 상황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에서 한동안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 불을 보 듯하다. 애플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왜 대만이었을까. 대만은 최근 미·중 무역 분쟁에서 우리나라만큼 뜨거운 국가다. 미국 국방부가 6월 초 공개한 '인도 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대만이 국가가 아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우리는 당연스럽게 여기지만 중국에겐 아주 심각한 문제다.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만의 국민당은 중국 공산당과 끝없이 대립했다. 경제적으로 협력과 단교를 반복하며 지내왔지만, '국가 불인정(중국)'과 '독립(대만)'이라는 양국 정서는 끝없이 충돌했다. 그 충돌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이런 갈등은 미국의 태세도 한몫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중국 주장을 따랐다. 1979년 미국과 중국 국교 정상화 당시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미국이 인정했다. 미국은 중국과 관계가 틀어져도 단순히 대만과의 밀월만 과시할 뿐 '하나의 중국' 원칙은 깨트리진 않았다.
이 와중에 미국 정부가 대만을 국가로 분류한 문서가 공개된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에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흔들 카드로 대만을 끄집어 냈다. 중국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상황이 이러니 애플 스토어 대만 2호점 개점은 확대 해석하기 딱 좋은 '상징'이 됐다. 애플이 대만을 선택한 건 기업의 전략적 판단이 우선이었을 터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에 기름을 붓기에도 충분하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