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소프트뱅크는 일본 도쿄 시내 '도쿄국제포럼'에서 제39차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손정의 사장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SVF)2' 설립을 위한 조건 교섭이 진행되고, 비전펀드1에 버금가는 규모와 체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7월 1000억달러라는 거대 자금 규모로 출범한 SVF1 사업은 불과 2년 동안 82개 혁신 기업에 투자했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인공지능(AI)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 넘버원 유니콘 중심, 시너지 극대화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한 최정예 사단이었다. 2000명의 주주가 운집한 자리에서 그는 창업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2조엔을 돌파했고, 비전펀드가 성장 엔진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고했다. 지금까지 손 사장은 주총, 결산설명회 등에서 '정보혁명으로 인류를 행복하게'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파격의 빅픽처를 제시해 왔다.
주총에서도 손 사장은 “소프트뱅크 그룹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무대를 150년 전 산업혁명으로 옮겨 간다. 기개 넘치는 발표 그림을 등진 손 회장은 산업혁명으로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게 된 배경에는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존 록펠러, J.P. 모건 등과 같은 위대한 기업가(起業家)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바야흐로 진정한 정보혁명 신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1995년의 인터넷 트래픽은 180테라바이트(BT)였다. 2017년에는 156엑사바이트(EB)로, 그동안 1000배 폭증했다. 이에 비례해 인터넷 산업 규모와 기업 시가총액도 1000배 늘어났고, 세계 톱10 기업 가운데 7개 기업이 인터넷 분야 차지가 됐다.
지금까지 인터넷 트래픽은 지능이 없는 지식 트래픽이었다. 앞으로는 지능을 수반하는 '추론 트래픽'으로 질적 대전환이 일어난다. 이에 따라 대부분 영역에서 인류의 삶이 극적으로 혁신되고, 모든 산업이 재정의된다. AI를 동반하는 지혜 인터넷 시대가 인류 역사에서 최대 혁명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산업혁명과 인터넷 혁명이 슈퍼스타를 탄생시킨 것처럼 AI 혁명은 새로운 슈퍼스타를 출현시킬 것이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AI 혁명의 견인차가 되고, 자신은 AI 혁명이라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싶다고 설파한다.
손정의는 1990년대 인터넷 혁명 초기에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야후, 알리바바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고 실토한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인 암(ARM)사를 인수, 지구 전체를 유기체처럼 빚어 내는 사물인터넷(IoT) 1조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한다. AI 혁명 시대를 대비한 포석을 굳혔다는 것이다.
세계 수천개 벤처캐피털 규모를 능가하는 10조엔, 20조엔의 SVF 사업을 통해 앞으로 100개, 200개 세계 1위 혁신 기업과 동지 결사체를 굳히고, 이들과 함께 문명사에 남을 AI 혁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거침없는 포부를 밝혔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아무런 연주는 하지 않지만 사실상 모든 것을 연주한다. 마찬가지로 손 사장은 AI 혁명의 지휘자가 돼 소프트뱅크 그룹을 300년 이상 지속하는 'AI군 전략' 생태계로 전환해 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25년 전 바로 이 자리의 주총에서 영업이익 1조엔, 2조엔을 헤아리는 기업이 되겠다고 대허풍을 떨었다. 대허풍을 영어로 바꾸면 '빅 비전'이 된다.
20년 후인 2040년에는 100조엔, 200조엔 규모를 헤아리는 세계 최고의 AI 기업군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이제 다시 한 번 대허풍을 떨고자 한다. 39회 소프트뱅크 그룹의 주총은 AI 혁명=인류 역사 최대 혁명=싱귤래리티 선도 기업으로서 소프트뱅크 그룹의 진로와 그 혁명의 지휘자가 될 것이라고 선언하는 신명 나는 축제 한마당이었다.
하원규 미래학자·디지털 토굴인 hawongy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