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부품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귀한 몸이 되고 있지요. 바로 적층세라믹캐패시터 'MLCC(Multi Layer Ceramic Capacitor)' 이야기입니다. 쌀알 보다 작은 크기로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1대에 800~1000개가 들어갑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 등 자동차의 전장화가 가속화되면서 부가가치가 더 높은 '전장용 MLCC'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Q:MLCC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나요?
A:MLCC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ulti-Layer Ceramic Capacitor)의 약자로 다층의 유전체(세라믹)와 전극(니켈)이 적층돼 캐패시터 역할을 하는 부품입니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와 같은 능동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자제품 안에서 흔히 '노이즈'라고 불리는 신호간섭을 제거하는 역할도 하지요. 이 때문에 스마트폰, TV, 가전제품, 전기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MLCC가 필수로 사용됩니다.
MLCC는 크기가 가로 0.4㎜, 세로 0.2㎜ 제품도 있을 정도로 매우 작습니다. 쌀 한 톨의 250분의 1 정도로 머리카락 두께 정도인 작은 크기입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내부에는 600~10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켜켜이 쌓여있으니 MLCC를 제조하는데 첨단 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죠. 현재 MLCC 시장에서는 일본을 필두로 한국과 중국계 업체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전장용 MLCC 시장은 일본과 한국의 소수 업체가 과점하는 형태입니다.
Q:전장용 MLCC는 일반 MLCC와 어떻게 다른가요?
A:최근에는 MLCC 중에서도 자동차에 쓰이는 '전장용 MLCC'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TV 같은 전자제품에 쓰이는 IT용 MLCC와 전장용 MLCC는 몇 가지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IT 기기가 갈수록 얇고 가볍고 작아지는 흐름을 보이다보니 IT용 MLCC 역시 크기가 작으면서도 용량은 크게 하는 특징을 요구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가로 0.4㎜, 세로 0.2㎜ 제품이 주로 쓰일 정도로 말이죠. 전장용은 제품 크기가 큰 만큼 크기에 대한 제약이 훨씬 덜한 대신 고신뢰성을 요구합니다. 자동차 안전은 곧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작은 부품 하나에도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되는 부품 수도 훨씬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는 MLCC 800~1000개, TV에는 2000개, PC에는 1200개 정도 쓰이지만 자동차는 부피가 크고 기능도 더 복잡하다보니 1만여개 MLCC가 탑재됩니다. 고급차에는 2만개까지 사용되기도 합니다. 최근 전기차가 확산되고 자율주행 기능도 탑재되면서 필요한 MLCC 수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IT 기기는 수명이 3년 정도로 비교적 짧지만 자동차는 최소 15년 이상 보증하기 때문에 MLCC에도 긴 수명이 요구됩니다. 자동차는 IT 기기보다 진동이나 외부 충격도 많이 받기 때문에 고온이나 고전압에 견딜 수 있어야 하고 기판이 휘어지더라도 품질에 아무 문제가 없도록 보증해야합니다. 그러다보니 개발 기간도 훨씬 길고 기술 난이도도 더 높습니다.
Q:전장용 MLCC는 어떤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
A:일반적으로 MLCC는 14개 단계 이상 공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유전체 파우더와 재료를 혼합한(배치) 후 필름위에 얇게 코팅해(성형) 내부전극을 만들어 세라믹 시트에 프린팅(인쇄)한 다음 시트를 쌓는(적층) 전공정을 클린룸 안에서 진행합니다. 이후 쌓은 시트를 밀착해(압착) 개별 칩으로 분리시키고(절단) 바인더 성분을 제거한 후(가소) 열처리(소성)와 외관을 다듬는 공정(연마)을 거쳐 외부전극 재료를 도포하는 과정(전극)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만든 제품은 고온 열처리(전극소성)를 진행한 후 도금층을 만든 뒤(도금) 이상 유무를 확인해 포장(검사·출하)됩니다.
전장용 MLCC 생산공정 역시 IT용 MLCC와 거의 유사합니다. 다만 연마 공정에서 외부전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각각 다른 재료를 써서 이중층 구조로 만드는 공정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전장용 MLCC는 진동이나 충격을 흡수해야하기 때문이죠.
MLCC 시장에서는 대용량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대용량화를 결정짓는 요소는 재료를 얼마나 얇게 만드느냐와 각 층을 얼마나 높이 쌓느냐로 구현됩니다. 그러려면 유전율이 높은 재료를 쓰는 것과 함께 적층수를 높이고 층간 거리를 얇게 하는 공정 기술이 요구되지요.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련도서]
◇'알기 쉬운 전자회로' 김보연 지음, 한진 펴냄
수동 소자와 능동 소자에 대해 설명하고 반도체, 다이오드와 활용 예, 트랜지스터의 작동 원리와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증폭기,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사이리스터, 0과 1의 세계 등 전자회로 전반을 그림과 함께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가 산업현장에서 경험하며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전자회로에 대해 쉽게 설명했다.
◇'반도체 산책 12 : 전하의 저수지 캐패시터' 강구창 지음, 퍼플 펴냄.
반도체가 무엇이지, 어떻게 동작하는 것인지 하는 기술적 측면의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전자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반도체에 관한 교양을 쌓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교양서적이다. 반도체 분야 진로를 고려하고 있는 중·고교생은 반도체를 공부하려면 어떤 과목이 왜 필요한지 맛보기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