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산업 대표 그림자 규제 중 하나인 '온라인게임 월 결제 한도 상한'이 성인을 대상으로 16년 만에 폐지됐다.
개정안에는 구매 한도액을 따로 정하지 않고 게임회사에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게임사는 게임등급 심의를 신청할 때 월 구매한도액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단 포커, 고스톱 등으로 대변되는 고포류 게임(웹보드 게임)과 청소년 이용자 구매한도액은 기재해야 한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추가 보호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과제도 생겼지만 온라인게임 결제한도폐지에 업계는 반색한다. 그간 온라인 게임 성인 월 결제 한도는 국내 게임산업 성장을 막아 온 규제 중 하나였다. 소비자 지출 상한을 정해 게임업체가 거둘 수익창출 마지노선을 정했다.
당장 게임산업에 지각변동이 오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모바일게임으로 산업이 재편된 뒤 온라인게임 숫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사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이 보장됨으로써 장기적으로 성장동력 기반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 이견은 없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 국내에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하는 회사는 엔씨소프트, 넥슨,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넷마블, 웹젠, 컴투스, 네오위즈, 액토즈소프트, 엑스엘게임즈 등이 있다. 라인게임즈는 '프로젝트NL'을 시작으로 PC온라인게임 서비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가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블레이드&소울, 아이온 등 주력 PC온라인 게임 라인업이 잘 정돈돼 있다. 대부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이다.
특히 리니지는 최근 도입한 부분유료화를 통해 가장 큰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리니지는 월정액 시절에도 갖가지 유료아이템을 판매해왔다. 50만원 이상 과금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외부상품을 판매했다. 게임 쿠폰을 담은 외부 상품은 눈 깜짝할 새 매진되기 일쑤였다. 리니지M 출시 이후 매출이 떨어지긴 했으나 리마스터 이후 휴면이용자가 대거 복귀했다. 또 리니지와 리니지M이 서로 독자노선을 확고히 하며 자기잠식 우려를 떨친 것도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는 근거다.
이외 피파온라인4, 검은사막온라인 등 과금 유무가 쾌적함과 직결되는 게임 역시 동반 성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결제한도 폐지로 PC온라인 게임 개발도 탄력 받을 전망이다. 각지에서 징후가 관측된다. 우선 한동안 얼었던 투자심리가 회복세에 들어섰다. PC게임 개발 시도가 다시 일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가 이뤄질 확률이 높아졌다.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로 이어진 대작 출시가 PC게임 가능성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벤처캐피털, 투자사 등이 맨파워가 좋은 투자처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게임 개발사 앤유는 98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김정환 대표를 중심으로 중세시대풍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만든다. 북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PC게임 개발과 콘텐츠 데이터 확보에 주력한다. '서든어택'과 '영웅'으로 연거푸 터치다운에 성공한 백승훈 대표는 PC 슈팅게임 개발에 한창이다. 소위 말하는 이름값에 많은 투자처들이 주목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에어' 베타테스트를 통해 마지막 다듬기 작업을 하고 있다. 펄어비스 역시 PC게임 개발을 이어간다.
PC게임을 개발한 후 판매할 수 있는 유통라인도 구축되고 있다. 유통 플랫폼 '루니미디어'는 카카오벤처스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루니미디어는 테이크투인터랙티브, 페이스북에 몸담았던 박보성 대표를 주축으로 '루니파크'를 운영한다. 유통이 어려운 국내외 게임사를 중심으로 전국 PC방 네트워크에 게임 유통 솔루션을 제공한다. 게임 개발사는 PC방 진출로 인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연장선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이 심혈을 기울이는 스트리밍 게이밍 플랫폼 대응 역량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게임사 주력게임은 대부분 모바일게임이라 스트리밍 게이밍 플랫폼 입점이 힘들다. 스트리밍 플랫폼에는 지금까지 패키지로 출시됐던 게임이 입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PC게임 결제한도 폐지가 PC게임 개발 기폭제로 작용해 개발이 활발해지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 AAA급 대작 게임 개발이 가능한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넥슨 등 대형사 위주 수혜가 예상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