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5년 동안 300개 상장사에 대해 디자인 싱킹을 통해 나타난 성과를 조사·발표했다. 디자인 싱킹 적용 기업은 의료, 정보기술(IT), 금융, 소매 등 제품 및 서비스 기반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뛰어났다. 매출 성장률 32%, 주주 성장률도 56%나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디자인 싱킹이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하고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작업 방식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전략으로 활용하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디자인 싱킹은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제와 공공 분야로 빠르게 전파되고,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부합하는 문제 해결 혁신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 주변의 산업, 공공, 학계 등 디자인 싱킹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관점에 따라 디자인 싱킹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첫 번째 산업 관점에서 디자인 싱킹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두산그룹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 형원준 사장이다. 디자인 싱킹을 활용하는 주요 기업 가운데 하나인 SAP코리아의 전 대표인 형 사장은 현재 두산그룹에서 디자인 싱킹을 통해 '전사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5개 질문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왜 디자인 싱킹인가”
지난 50여년 동안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기업은 발 빠른 추격자 전략을 구사했다. 선진국 제품과 서비스를 베껴서 따라잡는 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생존 전략이자 성장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선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해야 한다. 그렇다고 갑자기 창의력을 발휘해 제품과 서비스, 사업 모델을 새롭게 디자인하라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서 그동안 베끼기만 해 온 기업과 정부기관에 디자인 싱킹은 디지털 변혁을 위해 가장 큰 희소식이다. 30년이 아니라 3년이나 3개월 만에도 창의력을 발휘해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창의 인재를 육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관점에서 디자인 싱킹의 역할은 무엇인가”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도록 산파 역할을 하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다양한 배경의 참여자들이 서로 협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 예로 두산그룹에는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싱킹 전담 퍼실리테이터(진행촉진자)를 10여명 양성했다. 이들은 다양한 신규 사업, 신제품, 서비스 기획, 경영 혁신 프로젝트마다 인기 최고 멤버로 초대받고 있다. 디자인 싱킹 퍼실리테이터는 고객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찾아낸다.
“디자인 싱킹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창의 결과물을 내라고 독촉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창의 인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나 개인으로는 어린아이처럼 유치해져야 창의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싱킹 워크숍 분위기는 돌잔치만큼이나 웃음바다를 이룬다. 워크숍이 끝날 무렵이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I wish' 'I like'를 나누며 마치 신앙 간증 모임을 방불케 한다.
“창의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디자인 싱킹을 통해 개인은 물론 조직에서도 창의력을 발휘해 일하는 방법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 전반에 걸쳐 디자인 싱킹을 도입하는 경우 서로 창의력을 발휘해 일하고 소통하는 방법으로 프로토콜을 바꾸게 된다. 무엇보다 디자인 싱킹을 하면 프로토타이핑을 많이 하게 돼 '값싸고 빠르게 실패하기'를 배울 수 있다. 수백 번의 시도가 있으면 한 개쯤의 혁신 방안은 크게 성공하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 많은 디자인 싱킹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그 조직이 자연스럽게 창의 문화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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