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성이 1일 수출 우대국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도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 외에도 추가로 수출 제한 품목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양국 신뢰 관계에 제동을 걸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상황에 따라 수출 제한 품목을 늘리면 우리나라와 통상·외교관계 전반이 악화일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국제규범기구를 통해 공식 해결절차를 밟으면서 양국 신뢰관계 회복을 위한 종합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외국환과 외국무역관리법에 따른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 의견 수렴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동안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내달 1일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독일, 영국 등 27개국을 외국환관리법상 우대제도인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지정된 국가에 대해 전략물자 등을 포함한 중요 물품 수출 절차를 간소화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실제로 제외하면 집적회로 등 일본 국가안보에 관련한 전략물자를 우리나라에 수출할 때 일본 정부 승인을 매번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조치가 실제 실행되면 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요 소재를 규제하는 것 못지않게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물자는 자국 국가안보, 외교정책, 국내 수급관리를 목적으로 수출입·공급·소비 등을 통제하기 위해 정한 품목·기술로 일본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 검토는 4일 시행을 예고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규제와 달리 약 한 달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고 명시한 점이 특징이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향한 수출 제한 조치를 언급한 만큼 일본 정부 의지에 따라 업계 의견 수렴 절차가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웹사이트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설명하며 우리 정부와 '신뢰관계 손상'을 언급했다. 국가안보와 관계된 물품 수출까지 제한한 것은 기본적인 경제협력관계 파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략물자는 무역 마찰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슈”라면서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는 부분으로 두 나라 간에 신뢰와 협력관계가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신뢰와 협력관계와 없으면 문제 소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예고한대로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산업 못지않게 안보협력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30일 “안보면에서 협력이 필요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도 국내외에서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가 국제규범에 위반된다며 반발했다. 국내법과 국제법을 모두 살피고 일본 조치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WTO를 통해 공식 항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물밑에서는 양국 신뢰관계 회복을 위한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WTO에 제소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WTO에서도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는 힘들다”면서 “일본이 신뢰관계까지 언급한 만큼 경제협력 관계를 회복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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