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일본 경제보복에 반일감정 최고조

[이슈분석]일본 경제보복에 반일감정 최고조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국내에서 일본 기업과 제품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본계 기업들은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이들 기업을 상대로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국민들이 먼저 일본 제품·관광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고 정부에서도 관세보복 등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원 동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도 불매운동 등 시민이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불필요한 제재 조치라든지 대응 조치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것이 아니고 시민단체가 나서는 게 좋다”면서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서, 예를 들어 '일본 차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맙시다'라든지 시민단체가 불매운동을 하면 일본 정부도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소리가 들끓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자는 글이 넘쳐난다.

정치권도 일본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 일본 자동차 불매, 일본 관광 보이콧 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그 피해가 일본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가는 자해적 조치”라며 “일본 자동차와 연간 750만명에 달하는 방일 관광객,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에 대한 국민정서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일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반일 감정에 기반한 소비 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재 기업의 경우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면 즉각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아직까진 가시적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긴장감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본 생활용품 기업 무인양품 관계자는 “본사에서 특별한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다. 국내 고객의 리스크 보고서에서도 특이할만한 변화는 없다”면서도 “일본 수출규제 반대급부로 한국 정부의 규제 대책이 나온다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관계자도 “이번 수출규제 이슈로 인한 매출 변동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앞서 무인양품은 후쿠시마산 플라스틱 제품 판매 논란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펼쳐진 바 있다. 유니클로도 전범기를 넣은 광고와 티셔츠 등으로 수차례 홍역을 겪었던 만큼 외부 변수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토요타코리아와 소니코리아 역시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한-일 관계는 이들 기업 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받아왔다. 대립이 길어질수록 주요 제품 판매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우리 주요기업이 일본에서 받는 피해와 유사한 형태다.

롯데는 대표적인 일본 연관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 롯데지주 중심의 지주체제가 굳건해진 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투자 대표 한국 기업으로 치켜세운 만큼 불매운동 직접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롯데상사가 일본 무인양품의 한국 합작법인인 무지코리아 지분 40%를 보유한데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 역시 롯데쇼핑이 지분 49%를 갖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불매운동이 본격화될 경우 지분법 평가손익에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행 관광에도 불매운동이 번질 태세다. 연간 750만명에 달하는 방일 관광객은 일본 관광산업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일본 여행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2일 현재 7~8월 국내 해외여행객의 일본행 수요는 5만5000명으로 집계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방일 여행객이 전년 동기대비 30% 감소했다. 이번 불매운동이 여름 휴가철 일본 여행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불매운동은 본래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유발할 경우에 발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국가 간의 외교적 분쟁이 불매운동으로 전이된 것은 한 차원 높은 불매운동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대하는 국민적 분노가 상당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