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맏형 삼성전자가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계열사인 삼성 전자 계열사들은 일제히 실적이 상승했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고, 각자도생을 추진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은 지난해 최고 실적을 거둔데 이어 올해 다시 한 번 실적 경신이 기대된다.
2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상반기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전년 대비 실적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 침체로 전년 대비 실적이 급락한 가운데 거둔 실적이라 더욱 두드러진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S와 삼성전기, 삼성SDI는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 대비 상승했다.
삼성SDS는 상반기 매출 5조2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8291억원보다 7.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4432억원으로 전년 동기 4195억원보다 5.6% 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도 상반기 매출이 7.8% 증가한 4조1272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5.9% 증가한 382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매출액 4조7124억원으로 13.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648억원으로 17.8%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룹 맏형인 삼성전자는 상반기 매출액이 106조45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12조262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0조5112억원보다 무려 59.8%나 급감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자 계열사 3사 영업이익 합산을 삼성전자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지난해는 3.3%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8.9%나 된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는 3~4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실적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사업구조에서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열사간 각자도생을 강조하면서 계열사 자체 먹거리 발굴에 힘썼고, 그 결과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최고 실적을 거두게 됐다.
삼성SDS는 인텔리전트 팩토리,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전략사업 성장에 힘입어 IT서비스 실적이 개선됐고, 물류도 고객사 판매 호조와 대외 사업 확대 등으로 성장세다. 삼성SDS는 하반기 성과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대 진입도 기대된다.
삼성SDI도 전지사업 성장과 함께 실적이 상승세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 문제가 풀리면서 하반기 중대형 전지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I 역시 올해 8000억원대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상반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늘긴 했지만,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최고 실적에 핵심 역할을 했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이 부진하면서 성장세가 주춤하기 때문이다. 3분기 이후 신제품 출시가 늘면서 부품 수요가 증가하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관련 사업에 의존하던 데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에 나선 것이 효과를 봤다”면서 “전체 그룹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전자 계열사 비중이 커지는 것도 의미있다”고 말했다.
※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상반기 실적 현황(단위:억원)
자료:에프앤가이드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