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정부·여당을 함께 겨냥했다. '붉은 수돗물' '북한어선' '교과서 무단 수정 의혹' 사태 대응에 힘을 합쳤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2일 국회에서 잇따라 '붉은 수돗물'을 필두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정책을 공략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당 정책위원회가 주도해 '붉은 수돗물 사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조원철 연세대 교수는 공직사회를 비판했다. 조 교수는 “공무원은 수돗물 관련 자리에서 1년 반, 2년만 견디고 옆자리로 옮기면 그만”이라며 “공직사회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의원들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계운 인천대 교수는 선진 물관리 기법인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 도입을 주장했다. 최 교수는 “환경부는 수돗물 공급 목표를 깨끗한 물이 아닌, 건강한 물로 바꿔야 한다”고 부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붉은 수돗물 사태가 34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누구도 수돗물을 안심하고 다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대응 부실을 거론하며 '무책임' '무관심'이라고 꼬집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총선공약에 생명안전 우선의 인프라 뉴딜을 담겠다고 약속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정부·여당이 소위 생활 SOC(사회간접자본)라는 미명 하에 도서관 건립 등에만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며 “우리 당은 인프라 뉴딜을 우선 추진하고 총선 공약에도 담겠다“고 견제했다.
바른미래당도 이날 오후 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내 물관리 전문가인 주승용 국회부의장(바른미래당) 주도로 '붉은 수돗물 사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최승일 고려대 교수는 “예산심의 시 환경부의 유지관리 예산을 늘리고, 국회 국정감사 주요 의제로 불량시설의 유지관리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주 부의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는 최초 인천시가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단수 조치 등을 미흡하게 해 발생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채이배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수돗물 안전을 외면하고 방치했다”며 “환경부 예산 심사 과정에서 노후 상수도관을 보수하고 교체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당은 북한어선, 교과서 무단 수정 의혹을 놓고도 여당을 압박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북한어선 사건은)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면 민주당도 당연히 국정조사를 거부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교과서 수정 의혹 관련,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행정부 견제로, 여당인 민주당도 거부할 명분이 없다. 은폐조작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의 걸림돌”이라며 국정조사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해당 상임위 차원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교과서 국정조사도 요구하고 나서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코너'에 몰리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한국당에 넘겨줬다며 범여권인 정의당으로부터 '배반의 정치'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국회 교육위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교과서 국정조사 요구에서도 바른미래당과 공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전(前)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숨어서 임의대로 집필한다고 비판했지만 불법 조작으로 교과서를 바꿨다.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지겹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