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을 소재로 한 e스포츠가 독립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 컴투스, 펍지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중국과 일본 기업까지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e스포츠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PC 온라인 기반의 e스포츠 종주국에 이어 한국이 모바일 e스포츠의 새로운 성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e스포츠가 전략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모바일게임으로 산업이 재편된 국내에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제품생애주기(PLC) 연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최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궁극으로는 브랜드 가치 상승을 이끈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은 컴투스 '서머너즈워'다. 모바일 e스포츠 게임의 선구자 격이다. 국내에서 열리던 소규모 대회는 서머너즈워월드아레나챔피언십(SWC) 같은 글로벌 e스포츠 대회로 성장했다. 2018 SWC 총상금 규모는 1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올해는 프랑스 파리로 결승 장소를 택하고 결승리그 준비에 들어갔다.
넷마블은 최근 흥행에 성공한 모바일 게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를 활용해 다양한 형식의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있다. 넥슨은 '크레이지BnB M' 오프라인 리그 '크아M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블랙서바이벌' '배틀그라운드모바일' 등 게임사가 모바일 게임 e스포츠를 전략 대회로 육성한다.
외산 게임도 가세했다. '베인글로리' '섀도우버스' '왕자영요' '하스스톤' 등 외국계 게임 역시 한국에서 e스포츠 대회 종목에 선정됐다.
모바일 e스포츠의 최대 강점은 간편함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관람과 대회 참여를 할 수 있고, 대체로 게임 길이가 PC판보다 짧아 경기 부담이 적다. 신 소비 계층으로 떠오르는 Z세대 취향에 제격이다.
모바일 게임은 상대적으로 사용자층이 넓어 인기에 불이 붙으면 관객 유치 효과가 크다. 2018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 6종 가운데 모바일게임이 약 절반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킬러 콘텐츠로 e스포츠가 주목을 받으면서 시장 장래성은 더 밝아지고 있다. 모바일 e스포츠 시장에 게임업계와 통신사, 종합 콘텐츠 기업 등이 본격 가세했다. 국내 이통 3사는 모바일 멀티뷰 생중계 서비스나 오더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중계방송을 제공한다.
또 선수 양성과 지도자 교육, 1인 미디어 교육이 연계돼 산업 인력이 풍부하게 배출되는 것도 한국 모바일 e스포츠의 강점이다.
모바일 e스포츠 대회가 산업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건즈 오브 붐' 오프라인 대회가 열렸다. '건즈 오브 붐'은 AR 관람 모드를 지원한다. 디바이스를 테이블에 올려 두고 몸을 움직이면 실시간으로 게임 속에서 플레이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기반 산업도 등장한다. 한국 스타트업 '비움'의 플랫폼 '랭킹지지'는 누구나 쉽게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거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PC게임과 달리 규모가 작은 모바일 게임도 유치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대진표를 짜고, 전적 관리나 상금 전달 서비스 등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기능이 유사한 '스킬즈' 플랫폼이 46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도 2일 e스포츠 전문 기업 FEG와 모바일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장은 “모바일 e스포츠는 세계적으로 성장이 두드러지는 e스포츠 장르”라면서 “종목의 다양화를 꾀하고 국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바일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돈을 많이 쓰는 이용자가 게임을 더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페이투윈(PTW) 시스템 등 모바일 게임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