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년 4월 13일 일본은 새로운 무기인 조총과 700여척의 군함을 앞세워 부산성을 침략했다. 427년이 지난 2019년 7월 4일 일본은 한국 정보기술(IT) 수출 기반인 반도체 기판 감광제 리지스트의 세정에 사용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와 TV,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무기로 경제 전쟁 포문을 열었다. 이날은 일본 참의원 선거 공시 일이자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외신 및 자국 내 신문 인터뷰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에 맞고 자유무역과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인은 '다테마에'(겉마음)와 '혼네'(속마음)가 다르다. 이번 한국에 대한 보복 결정은 겉으로는 한국에 대한 신뢰를 말하지만 사실은 한국을 손보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
한국은 일본보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IT 강국으로 우뚝 선 경험이 있다.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서비스에 성공했다. 일본은 한국이 5G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경제가 재도약해서 일본을 앞지르는 것을 싫어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남북이 경제 협력하는 것도 배 아파 한다.
아베 정부의 아킬레스는 미국과 북한, 2020년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에 있다. 남·북·미 직접 대화에 이은 일본 패싱을 두려워하고 있다.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한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해법은 첫째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묘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로 해결한다는 것은 일본이 거절하기 때문에 방법이 될 수 없다. 양국 정상이 만나 직접 풀어야 한다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아베 총리가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부품 소재 국산화와 다변화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완화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위험하다. 아베 총리는 선거에서 승리하면 일본을 계속 이끈다.
둘째 미국을 지렛대로 이용하자. 패전국 일본은 승자인 미국에 한없이 약하다. 오죽하면 시라이 사토시 교토 세이카대 교수가 저서 '속국민주주의론'에서 일본이 미국의 속국이라는 속국론을 펼쳤을까. 현재 세계 경제는 글로벌 가치 사슬로 묶여 있다. 미국이 핵심 설계 기술을 제공하고, 일본은 핵심 부품 소재를 공급하며, 한국이 중간 제품을 만들면 중국이 조립해 완제품을 생산한다.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제조 관련 부품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애플, 중국의 화웨이, 일본의 소니도 피해를 본다. 미국은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 내 수입 일본 자동차에 통관 기간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 일본은 보복을 확대한다. 그러면 미국 개입이 빨라진다. 미국이 일본에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라고 하면 해결된다.
셋째 일본 정부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한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자.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일본은 한반도 문제에서 패싱이 된다고 알려줘서 조바심을 유발하자.
넷째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성공이 최우선 목표다. 평창 동계올핌픽 성공 경험과 매뉴얼이 일본으로서는 필요하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전날 바이러스 공격을 막은 한국의 노하우도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일본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추가 보복 조치에 대비하자.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돼 피해가 예상되는 제품 리스트를 작성, 대책을 마련하자.
마지막으로 정부는 관련 부처별로 대응 전략을 마련해 기업이 피해가 없도록 하자. 국회는 한·일 의원 교류를 통해 도움을 주자. 기업은 수입 다변화와 함께 미·중에 부당성을 설명해 일본을 우회 압박하는 환경을 조성하자. 5G 시대에도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다.
박정일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겸임교수 tigerdrea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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