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요 둔화·LCD 수주 감소에...6월 수출 물량·금액 3년 5개월만에 '최악'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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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수출 물량·금액지수가 3년 5개월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를 중심으로 전자 및 광학기기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9년 6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6월 수출물량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7.3% 하락했다. 2016년 1월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7.6% 줄어든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액정표시장치(LCD) 수출이 줄면서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지수가 8.7% 하락한 여파를 받았다. 한은은 중국발 LCD 공급과잉으로 우리나라 LCD 수출도 2016년 1월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가 속한 집적회로 수출물량지수는 지난달 21.0% 늘어나며 5월(7.7%)보다 상승세를 키웠다.

지난달 전체 수출금액도 1년 전보다 15.5% 줄었다. 물량과 마찬가지로 2016년 1월(18.1%) 이후 하락 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출금액지수 하락세가 길게 이어지는 것은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단가 하락이 지속되며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수출액이 24.1% 줄어든 게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집적회로 수출액은 5월 29.8%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23.3%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데다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가 작용했다”며 “중국이 공격적으로 공급량을 늘리며 우리나라 LCD 수주 물량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입물량지수는 6.7%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광산품 수입물량지수가 12.7% 하락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가 낳은 결과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 감소에 기계 및 장비 수입물량도 14.2% 줄었다. 수입물량이 줄어 전체 수입금액도 10.8% 감소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4.6% 내려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상품 한 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 양을 의미한다. 원유 등 수입가격 하락 폭을 수출가격 하락 폭이 앞지른 탓이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총 상품 양인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1.6% 하락,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