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반도체 공급망 붕괴

[사설]우려되는 반도체 공급망 붕괴

미국의 전자업계 단체가 최근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한국과 일본 정부에 공동 발송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등 6개 단체는 23일(현지시간)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과 유명희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 단체는 서한에서 “일본 정부가 발표한 일부 반도체소재의 대 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한 우려를 전한다”면서 “조속한 해결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SIA 등은 일본 조치가 규제의 불확실성, 잠재적인 공급망 붕괴, 출하 지연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무분별한 수출 규제가 결국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했다. 세계 반도체 공급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걱정할 정도면 이미 반도체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다. 주지하다시피 반도체는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이다. 단순히 특정 부품 공급 체계에 생기는 이상이 아니라 가전을 포함한 컴퓨터, 휴대폰 등 모든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일본의 섣부른 판단이 시장은 물론 경제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 현상이 불가피하다. 이를 보여 주듯 반도체 가격은 차익을 겨냥한 사재기 등의 여파로 치솟고 있다.

이미 세계는 특정 기업 또는 시장이 좌지우지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자국의 이익이나 입장을 위해서 공급망 체계를 뒤흔든다면 세계 경제는 물론 나아가 뒤흔든 당사자까지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세계무대를 통해 산업 경제력을 기르고 강력한 입지를 구축한 일본이 세계 질서를 무시하고 자기 입장을 고수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자칫 외톨이로 전락할 수 있다. G2라 불릴 정도로 힘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 한다. 옹색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일본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