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10시 56분에 카카오뱅크가 먹통이 됐다는 제보를 받았다. '카뱅 5% 정기예금' 시작까지는 4분이나 남아 있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접속이 되지 않았다. 1초 만에 가입이 마감됐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대다수의 희망자가 접속이 안 돼 상품 가입에 실패했다.
24일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심지어 오프라인 결제까지 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26주 적금 이자 2배' 이벤트로 트래픽이 몰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카카오뱅크는 앱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네이티브 방식으로 수만 명이 동시 접속을 해도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 '천만 위크' 이벤트의 그림자는 짙었다. 몇 번이나 전산 장애를 겪자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부 고객은 이른바 '1초 컷 마비'에 실망, 탈퇴하기도 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내정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벤트에 관심이 없는 고객도 일상 업무 처리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카카오뱅크를 홍보하겠다고 마련한 이벤트가 오히려 기존 고객의 마음을 떠나게 한 것이다.
금융은 신뢰와 직결된 분야다. 여신과 수신의 '신(信)' 자만 봐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특히 모바일 뱅킹이 확산되면서 서버 안정성은 생존 화두가 됐다. 자금을 이체하는 도중에 서버가 다운되거나 해킹 당하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존 시중은행조차 홈페이지나 앱 장애 발생 시 여론의 뭇매를 맞곤 한다. 하물며 그보다 역사가 짧은 카카오뱅크의 수차례 에러로 인한 고객의 불안감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겪은 고객들이 카카오뱅크를 주 은행으로서 거래할지 장담을 할 수 없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가 되는 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카카오뱅크는 자본 확충 측면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금융 당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 효과'를 높이 산 콩고물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겪은 소비자가 앞으로 카카오뱅크를 주거래 은행으로 택할지는 미지수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카카오뱅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그렇지 않으면 메기가 아니라 흙탕물만 흐리는 '미꾸라지'로 전락할 수 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