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유례없던 2년 연속 감세 효과...문 정부, '투자 부진'에 기업 목소리 반영

올해 세법개정안은 기본 방향으로 '활기찬 경제·공정한 사회 구현'을 표방했다. 지난해 '소득분배 개선·지속 가능 성장'과 달리 이번에는 경제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 한시 상향과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적용대상 업종 확대,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확대로 2019년 세법개정안에서도 감세효과가 나타났다.

'친기업' 세제지원 정책이 포함된 점도 특징이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기업을 상속받을 때 드는 부담을 줄였다. 재계에서 요구한 내용을 상당수 반영했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세종시 세종정부청사 기재부 브리핑 룸에서 2019년 세법개정안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세종시 세종정부청사 기재부 브리핑 룸에서 2019년 세법개정안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2년 연속 '감세 효과'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7년 대기업·고소득층 과세를 강화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도 세수 증가 요인이 여럿 담겼다.

대표적으로 임원 퇴직소득 한도를 축소했다. 한도 계산 시 적용되는 지급배수를 3배에서 2배로 하향조정했다. 통상 임원 퇴직 시 '퇴직 전 3년간 평균급여×1/10×2012년 이후 근속연수×3'이라는 공식에 따라 퇴직금을 산출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360억원의 세수가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화생활을 하면서 고액·상습 체납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은 강화한다. 법원 결정에 따라 체납자를 30일 이내 유치장에 유치하는 '감치제도'를 도입한다.

근로소득공제에 2000만원 한도도 신설한다. 연봉 3억6000만원이 넘어가는 근로자는 앞으로 공제 한도에 걸리게 된다. 기재부 측은 근로소득공제 한도 조치로 세입이 640억원 증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감소 요인이 더 많다.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 세액공제 확대(1년 한시)로 5320억원을 지출하게 됐다. 여기에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확대(­500억원), 사적연금 세제지원 확대(­440억원)도 더해졌다. 그 결과, 올해 세법개정에 따라 2024년까지 약 4700억원 감세 효과를 보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세법개정안을 설계했다. 당시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자 소득·재산 요건을 완화하고 지급액도 최고 300만원으로 올렸다. 여기에 자녀장려금도 확대하면서 지난해 세수효과는 5년간 2조5000억원 감소였다.

이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를 크게 인하하면서 21조3000억원의 감세 효과를 냈다. 하지만 2009년에는 다시 증세 기조로 돌아섰다. 한시적 요인이 반영됐다고 해도 2년 연속 세수를 줄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정부는 감세 기조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일시적으로 세부담을 줄였다는 의미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향후에도 세입 기반을 계속 확대할 것이기에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며 “경제 상황이 엄중해서 생산성 향상 시설 투자 세액공제처럼 한시적인 경감 요인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정부의 첫 '친기업' 세제정책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기업의 입장을 상당수 반영했다. 그간 재계에서 요구하던 △가업상속공제 실효성 제고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개선 등을 담아냈다.

먼저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받는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의 업종·자산·고용 유지의무 기간을 내년부터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했다. 이미 공제를 받고 사후관리 중인 기업에는 업종·자산·고용요건 완화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가업을 상속받을 때 상속세를 최대 20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대상을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피상속인의 의무 지분 보유 기간·대표이사 재직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상속인의 상속 전 2년 가업 종사 요건도 삭제한다.

기업 최대주주가 보유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적용하는 세율 할증률은 20%로 낮추고, 중소기업은 할증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다.

기존 제도에서는 대기업 최대주주가 주식 상속·증여 시 최대 65%(최고세율 50%+할증 15%)까지 세율이 부여될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론상 최고 세율이 60%(최고세율 50%+할증 10%)로 떨어진다.

이외 신성장·원천기술 R&D 세액 공제 대상을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분야로도 넓혔다.

당초 가업상속공제가 '부의 대물림'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던 문 정부가 입장을 선회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치며 우리나라 경기가 눈에 띄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4%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이 1.1%로 '1%대'를 회복했다지만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 3분기 성장률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올 1월 2.6% 성장을 전망한 한국은행마저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세법개정 주요 개선 과제로 꼽힌 '법인세 인하'는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보다 과감한 세제지원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며 “법인세율 인하, R&D 세액공제율 상향, 임시투자세액공제 도입과 같은 적극적인 세제지원 정책이 추후 논의과정에서 보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