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케이블TV 인수합병(M&A)에 콘텐츠 투자 청사진이 없네요.”
유료방송 전문가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콘텐츠 투자 방향성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던진 말이다.
케이블TV 사업자 M&A를 추진하는 이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콘텐츠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한 유료방송 가입자 확대다. 콘텐츠 투자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 가입자가 전제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힌 곳은 없다.
2008년 상용화 이후 IPTV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는 미미했다. 정부는 콘텐츠 동등접근권(PAR)을 통해 IPTV 사업자의 콘텐츠 확보를 지원했다. 케이블TV 사업자에 콘텐츠를 공급하던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는 IPTV에도 콘텐츠를 공급했다. IPTV가 케이블TV와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콘텐츠 차별화 경쟁 여지를 차단한 셈이다. 일각에선 유료방송 시장이 경품 마케팅 경쟁으로 혼탁해진 근본 이유로 손꼽는다.
IPTV뿐만 아니라 유료방송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는 필수다. 유료방송 시장은 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신규 가입자 유치가 쉽지 않다. 결합상품과 경품을 앞세운 가입자 쟁탈전은 제살 깎아 먹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모성 경쟁이 지속될 경우 유럽처럼 넷플릭스 등 OTT에 콘텐츠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콘텐츠 투자 확대가 가입자 증가, 매출 증가로 이어져서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장담할 수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콘텐츠 속성상 투자 효과는 단기적으로 구체화되지 않는다. IPTV 사업자의 고민도 수긍이 간다.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하다.
IPTV가 정부의 M&A 인허가 조건을 기다리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목적이 분명하다면 과감한 콘텐츠 투자를 선제 결정, 공개하면 된다. 정부와 시장은 콘텐츠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콘텐츠 투자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IPTV가 당초 M&A 목적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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