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싱킹은 최근 다양한 산업과 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가장 적극 수용하는 기업 중 하나로 글로벌 소프트웨어(SW)기업 SAP를 꼽을 수 있다. 이는 디자인 싱킹으로 유명한 교육기관 중 하나인 스탠포드대학교 디스쿨(d.School)의 공식 명칭이 '하쏘 플래트너 디자인 인스티튜드(Hasso Plattner 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 University)'인 것을 보면 짐작 가능하다. SAP 창업 멤버인 하쏘 플래트너 회장은 사람 중심 혁신에 있어 디자인 싱킹이 강력한 툴이라고 생각하고 스탠포드대에 350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를 계기로 디스쿨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와 인적 교류를 추진하며 디자인 싱킹을 SAP 내부의 혁신 마인드 셋으로 자리잡도록 했다.
디자인 싱킹을 기업 혁신문화로 내재화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사회적 공헌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SAP코리아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오피스 이상민 혁신 본부장과 나눈 내용을 정리해본다.
초창기 디자인 싱킹이 처음 한국에 소개될 때에는 주로 체험형 워크숍이 주류였다. 지금은 고객이 직접 문제(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워크숍 중심이다. 이를 통해 고객과의 공동 개발을 함으로써 많은 솔루션이 신규 출시되거나 개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납품하는 회사가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디자인 싱킹을 하거나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구체화하기 위해 공장 현업 종사자와 본사 IT직원, 기술 전문가가 함께 모여서 솔루션을 구체화한 사례도 있다. SAP는 직원 대부분이 디자인 싱킹 교육을 이수하고 내부 혁신 활동이나 고객 혁신을 돕기 위해 디자인 싱킹 활동에 직접 참여한다.
SAP는 디자인 싱킹을 크게 세 부분에서 활용하고 있다. 첫 번째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을 혁신하고자 할 때다. SAP 같은 기업용 SW회사는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솔루션으로 만들어서 공급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고객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같이 공동 혁신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디자인 싱킹을 활용한다.
두 번째, 고객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디자인 싱킹을 활용한다. 디자인 싱킹은 앞서 말한 연구개발 외에도 영업, 서비스, 외부 파트너 조직 등 모든 고객과의 접점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된다. 디자인 싱킹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결과 중심의 좋은 방법이다. 동시에 양적으로 서로 간 대화를 늘리고 질적으로 대화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세 번째, 내부 조직 혁신 툴로 활용된다. 사내 성차별 금지 방안을 만든다거나 일하는 방식 개선, 영업 활성화 방안 등 거의 모든 내부 활동에서 디자인 싱킹이 쓰인다.
고객과 함께 디자인 싱킹 워크숍을 하고 피드백을 받아보면 거의 90% 이상이 긍정 반응을 준다. 그럼에도 아직 기업의 일하는 문화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진지한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SAP는 디자인 싱킹을 내재화하기 위해 최고디자인책임자(Chief Design Officer)를 선임하고 앱하우스(AppHaus)라는 조직을 만들어 전 직원에게 디자인 싱킹 교육을 시키는 등 장기적으로 투자했다. 그렇다보니 IT와 상관없이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디자인 싱킹을 도입하려는 고객 요청도 많은 편이다.
기업이 디자인 싱킹을 제대로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디자인 싱커(디자인적 사고를 하는 사람)'를 양성해야 한다. 이들이 기업 내에서 맘대로 뛰어놀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서구보다 본인의 의견을 강하게 내비치는 것을 꺼리는 문화, 선임을 공경하고 상명하복이 중요시되는 문화에서 디자인 싱킹은 분명 조직의 창의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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