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직접 생산이 아닌 외주 방식인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제조사가 제품 개발부터 생산, 부품 조달까지 전담하는 형태로, 원가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다.
3억대 중반 수준인 삼성전자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 중 ODM 비중이 올해 많게는 40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ODM 확대는 삼성전자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육책이지만 국내 부품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고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와 중국계 ODM 업체로도 부품 공급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ODM 늘리는 이유는?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ODM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출시된 '갤럭시A6s'는 중국 윙텍이 ODM 방식으로 생산한 첫 제품이다. 올해 출시된 A60도 ODM 방식으로 생산됐다.
지난해 윙텍에 이어 최근 중국 화친도 삼성전자 ODM 업체로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를 통해 위탁생산하는 물량이 연간 3000만대에서 4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ODM 비중은 지난해 3%대에서 올해 8%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ODM은 설계는 원청업체가 맡고 생산만 하청업체가 맡는 OEM과 달리 제조업자가 제품 설계부터 부품 수급까지 모두 하청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브랜드만 부착한다. 개발 비용과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ODM 확대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정체되고 경쟁은 심화되는 가운데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고육책이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업체 공세에 맞서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자체 생산보다 ODM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과 시장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내부 자원과 라인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일부 국가에 출시되는 제한된 제품에 한해서 ODM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부품 업계는 경쟁력 악화 우려
ODM 방식은 완제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조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국내 스마트폰 산업 생태계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올해 LG전자가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관련 사업을 접거나 생산라인을 정리하는 협력사들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계의 마지막 보루다. 국내 부품 업계가 삼성전자의 ODM 확대 기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부품 공급망에는 중국 업체 침투가 가속화되고 있다. 오필름은 삼성전자에 터치스크린패널, 카메라모듈, 지문인식모듈 등을 공급하고 있다. 써니옵티컬은 갤럭시 시리즈에 카메라용 렌즈를 공급한데 이어 카메라 모듈 벤더로도 진입했다. 무선충전 분야에서도 썬웨이가 벤더로 추가됐다.
국내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투자 확대 요청에 따라 국내 부품 업계도 생산 규모를 늘려 놓은 상황에서 정작 ODM을 늘리고 있다”면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이 국내 중소 부품 생태계도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자도생 시작된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계
삼성전자가 ODM을 확대하고 중국산 부품 수급도 늘리면서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계는 중국 스마트폰 부품 업계와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 그동안 삼성전자에 의존하던 국내 부품 업체에선고객사 다변화 움직임이 시작됐다. 입김이 세지는 중국계 ODM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해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스마트폰 부품 업체 관계자는 “베트남 등이 스마트폰 제조사를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로컬 브랜드 공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중국 ODM 업체로도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ODM 생산 모델이나 중국산 부품 수급이 보급형 스마트폰에 집중된 만큼 차별화된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기업이 중국산 부품을 채택해 경쟁을 유도하고 단가를 낮추려 하고 있다”면서 “보급형 스마트폰 의존도가 큰 업체는 타격을 받겠지만 플래그십 모델을 위주로 하는 업체는 타격이 적은 만큼 차별화되는 기술 경쟁력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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