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산 불화수소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회사들은 해외 곳곳에 구매팀을 급파해 불화수소 업체들을 수소문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들과도 협력을 늘리면서 '국가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행 중인 불화수소는 크게 액체 불화수소와 기체 불화수소로 나뉜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에 자연스럽게 생긴 산화막을 제거하면서 칩 불량을 줄인다. 반도체 공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액체와 기체 불화수소는 각각 일본 모리타와 스텔라, 쇼와덴코가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에서 수출을 규제하면 반도체 공정 전체에 비상이 걸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한 달간 최고위층 경영진부터 구매팀 직원까지 세계 각 지역에서 발품을 팔며 재고 확보에 나섰다.
현재까지는 중국과 대만 기업들이 제2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카이성푸화학과 접촉해 수급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방화그룹과 테스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기업 모두 중국에서 불화수소로 가장 유명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또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글로벌 화학기업 B사와 만났지만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협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소재업체 관계자는 “중화권 기업 제품 순도는 스텔라나 모리타를 당장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급히 필요한 만큼 구매를 한 뒤 조율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만 TSMC 등에 불화수소를 공급하는 작은 기업들과도 만나며 작은 양이라도 모으겠다는 전략일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대체품 찾기가 한창이다. 액체 불화수소 부족분은 솔브레인이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충남 공주시에 증설한 공장은 이르면 9월 가동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자 업체 납품 이력도 있고 증설하는 공장 생산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체 불화수소(에칭 가스) 분야는 SK머티리얼즈가 표면화됐다. SK하이닉스에 연내 샘플 공급이 목표다. 삼성전자도 국내 가스 제조 기업 F사와 M사 협력해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불화수소를 완벽하게 다변화하기 전까지 공정에서 얼마나 버텨내느냐다. 일본은 수출 심사기간으로 90일을 정했다. 즉 오는 9월까지 견딜 만한 재고를 확보하면서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반도체 제조가 미세 공정인 만큼 수율 저하 등을 고려해 신중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체품 테스트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해도 적용까지는 빨라도 2~3개월이 걸린다”고 전했다.
또 대체재가 중화권에서 건너온다는 점도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협의를 하면서 중국 소재 업계를 키워주는 그림이 된 만큼,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