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기업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 전이와 알뜰폰 독행기업 소멸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학계는 두 가지 우려에 대한 명확한 실증적 검증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0일 개최한 방송통신 기업 인수·합병(M&A) 토론회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에 대해 이해관계자 간 공방전이 펼쳐졌다. 학계 전문가는 주요 이슈에 대한 실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SK텔레콤 “유선 1위는 KT…지배력 전이 근거 없다“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에 따른 우려는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 전이다. 이통시장 지배력이 유선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결합상품을 통한 가입자 잠금(Lock-in) 효과가 강화될 경우 시장경쟁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KT는 SK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점유율이 2010년 2.3%에서 2018년 13.4%로 급증했고 SK브로드밴드 IPTV 가입자도 같은 기간 88만명에서 473만명으로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배한철 KT 상무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유선 상품을 결합판매, 이통시장 지배력 전이가 이어져 왔다”며 “경쟁제한성을 검토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SK텔레콤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2009년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M&A 때 처음 제기됐지만 현재도 1위 사업자가 여전히 KT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이통시장 지배력이 유선 시장으로 전이된다는 주장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주장 근간인 지렛대 이론은 이미 학계에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유플러스, 독행기업 소멸 우려에 “특화 사업자 발굴할 것”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관련, 정부 알뜰폰 정책이 유명무실해지고 이동통신 시장 경쟁제한 및 왜곡 등 우려가 제기됐다.
CJ헬로가 혁신적 서비스를 출시해 경쟁을 촉발하는 독행기업 역할을 해왔고 SK텔레콤-CJ헬로 인수가 불허된 2016년과 시장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이유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전문가 도움을 받아 알뜰폰 시장경쟁상황을 분석할 결과 CJ헬로를 제거할 이유가 가장 큰 곳은 LG유플러스”며 “가입자 규모, 규제 등에 비해 가입자를 가장 많이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가 전체 이통시장 점유율이 1.2%에 불과하고 LG유플러스 이통시장 점유율 20.6%를 더하더라도 경쟁 제한성을 강화한다는 주장은 상식 밖이라고 반박했다. 알뜰폰 사업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KB국민은행 등 금융사, 인터넷 기업 등을 MVNO사업자로 유치하는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계 “독행기업·시장 지배력 전이 모두 실증 필요”
학계는 독행기업과 시장 지배력 전이 모두 이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과거 공정위가 CJ헬로를 독행기업으로 판단했지만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독행기업 개념, 요건,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이통시장 지배력 전이에 대한 실증 작업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SK브로드밴드 유선 시장 지배력 증가 폭보다 SK텔레콤 이통 시장 지배력 감소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독행기업, 시장 지배력 전이와 관련해 명확한 근거가 없어 실증적 근거에 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심사 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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