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가에 이어 온라인 패션·여행 시장에 '일본 불매'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경제보복'을 본격화한 것에 따라 소매품·관광상품을 중심으로 한층 거센 '노 재팬(NO JAPAN)'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오픈마켓, 종합몰 등 국내 주요 온라인쇼핑 채널에 입점한 일본계 브랜드 상품 관련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 국내 대형 온라인쇼핑몰에 따르면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상품의 해외 구매대행 거래액은 작년 대비 무려 78% 감소했다. 전월 거래액과 비교해도 54% 줄면서 '반토막'이 났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된 데다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국내 소비자 반감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제품 및 대체품 정보를 공유하는 '노노재팬' 사이트에 올라온 일본계 브랜드 거래액도 하락세다. 같은 쇼핑몰에서 일본 시계 브랜드 '세이코' 7월 거래액은 작년보다 37% 떨어졌다. G-SHOCK 거래액은 61% 감소했다.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 거래액도 51%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면서 “유통업계가 자발적 판매중단, 배송거부에 나선데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심리적 구매 장벽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여행(OTA) 시장도 일본상품 불매운동 영향권 한가운데에 들어왔다. 신규 예약 수요가 작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데다 미리 예약한 고객의 취소요청까지 쇄도하고 있는 상태다. 위약금을 물더라도 일본에 가지 않겠다는 예약자가 늘고 있다.
한 온라인여행사의 지난달 일본 여행 관련 신규 예약 건 수는 작년 대비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사전에 예약된 일본 여행 상품을 취소한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또 다른 온라인여행사에서는 7월 한국발 일본행 항공권의 예약 건 수가 지난달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을 대신해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을 대체 휴가지로 찾는 고객이 늘었다”면서 “일본 상품 담당 인력을 다른 부서로 순환 배치하는 등 내부 대응책을 마련하는 업체도 많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아베 신조 총리 주제로 각의(閣議)를 열고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유통업계는 아베 정부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층 거세게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