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잇달아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세정지원 등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단기 대책은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등 중장기 대책 역시 빠른 시일 내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고, 근본적으론 외교문제 해결이 동반돼야 의미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피해中企 세정지원, 추가 금융지원도 고민…“효과는 글쎄”
5일 국세청은 김현준 국세청장 주재로 지방국세청장 회의를 열고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세정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초점은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세정지원에 맞췄다.
정부가 지정한 159개 관리품목을 일본에서 일정규모 이상 수입하면서 이번 수출규제로 사업상 피해를 입는 중소기업은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 세무검증 부담을 완화한다.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를 중단하고, 이미 사전통지를 받은 납세자가 조사연기를 신청하는 경우 적극 수용한다. 조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조사중지 신청을 수용한다. 또한 이들 기업은 법인세 등 신고내용 적정 여부를 검증하는 '신고내용 확인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한다.
피해 중소기업이 법인세·부가가치세·소득세 신고기한 연장, 납부기한 연장, 징수유예를 신청한 경우 적극 수용한다. 이미 체납된 국세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 피해 중소기업이 체납처분 유예를 신청하면 적극 승인하고, 납세담보 면제 혜택을 최대한 제공한다.
국세청은 본청과 전국 7개 지방국세청, 125개 세무서에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세정지원센터'를 설치해 체계적으로 피해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성빈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일본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적극 세정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추가 금융지원에 나설 가능성만 열어둔 상태다. 현재로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피해를 입는 기업의 수와 규모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지난 2일 내린 수출규제 조치가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90일 이후 피해 상황 집계 등을 통해 추가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는 우선 1000여개에 이르는 규제대상 품목 가운데 관심을 가져야 할 일부 품목을 취급하는 수입기업에 일차적으로 금융지원을 제공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피해규모와 관계없이 정책금융기관이나 금융권에서 충분한 여력을 확보해 즉각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제·금융 등에서 전방위 지원에 나섰지만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이 세정지원 대상으로 제시한 '피해기업'은 정의가 모호해 정작 혜택을 받는 기업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국세청은 피해기업 유형을 둘로 구분해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유형의 구체 분류 기준은 업계 피해 현황을 파악한 후 일본 수출규제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금융 지원은 피해 기업 입장에선 당장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경으로 마련한 2732억원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 '실탄'으로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 예산을 2개월 내 최대한 집행한다는 목표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6조원 상당의 신규 유동성 공급, 차입금 만기 연장 등 금융지원책은 실제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결국 외교문제…“경제 전반 활력 높여야”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대응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외교문제' 해결이 수반돼야 함을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경제 부문 대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사안은 결국 일본과 관계를 회복시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국제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일본을 대체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단기간에 이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일시적으로 지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포함,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여전히 우리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7년 3.2%에서 작년 2.7%로 떨어졌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4~2.5%로 내다봤지만 이는 일본 수출규제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한국은행이 최근 하향조정해 제시한 2.2% 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이 오는 28일 시행되면 부진한 수출이 한층 타격을 받을 수 있어 2%대 성장률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성 교수는 “일본 수출규제가 금융시장에는 선반영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성장률에는 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그러잖아도 2%대를 위협받고 있던 상황이었던 만큼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