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제) 제외' 조치와 관련된 국내 언론 보도를 매일 스크랩하며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언론 보도를 살피며 대대적인 여론전과 함께 추가 경제 보복을 하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관련 뉴스를 매일 스크랩하며 정부와 국회,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
앞서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 이후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보복 조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여론전을 본격 펼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규제 강화와 관련해 조만간 본격적으로 국제사회를 향해 '안전보장상의 조치로, 보복 의사는 전혀 없다'는 설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한국 언론 보도를 매일 별도로 스크랩하는 등 전례 없는 행동에 나선 배경에도 이 같은 여론전을 대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국 내 분위기를 파악에 향후 여론전에 필요한 전략 수립에 일부 반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주요 매체들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우리 정부에 수출규제 관련 이슈를 밤낮없이 문의하는 등 '한·일 경제전쟁'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이 일본 정부 여론전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년을 맞은 지난 6일 오전 히로시마 평화 기념 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식에서 “한국이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청구권협정을 비롯해 국가간 관계의 근본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관계 악화의 발단이 된 징용소송 문제를 한국 정부가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을 압박한 모양새”라며 “한국 측이 이 같은 아베 총리 발언을 알리며 보복 조치가 아니라는 일본 측 주장의 모순을 지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경산성이 우리 언론을 들여다보며 추가 보복 카드를 물색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도 있다.
일본 산업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경산성은 지난해 11월까지 불산의 존재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했고, 우리 언론에 나온 뉴스를 보고 대책을 세운 것으로 안다”면서 “일본 정부가 추가로 다른 품목을 무기 삼아 여론전을 펼칠 수 있을 만큼 우리 정부나 언론도 정보 공개에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