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이달 28일부터는 일본산 제품의 대(對)한국 수출 절차가 한층 까다롭게 됐다. 다만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추가 수출규제를 단행하지는 않았다. 당분간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소재를 중심으로 한 수출규제만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는 일본이 추가 규제를 단행할 법적 근거를 확립한 만큼 '확전' 가능성이 언제든 있다고 예상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시행세칙 성격의 포괄허가취급요령 개정안을 경제산업성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지역에서 '대한민국'을 삭제해 화이트리스트에 적용되는 우대 혜택을 폐지키로 했다”며 “공포한 날로부터 21일 경과한 28일부터 정식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됨에 따라 리스트 규제 품목이 아닌 비전략물자라도 대량파괴무기, 재래식무기 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출허가 신청을 별도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대(對)한국 수출에 있어 기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적용하던 '일반포괄허가'는 불허하고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기업)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허용한다. CP기업은 비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제품을 수출하더라도 전략물자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개별허가가 아닌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적용받는다. 3년에 한 번 수출허가를 받으면 수출이 가능한 것으로, 일본 내 1000여개 기업이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우리나라를 향한 추가 수출 규제를 단행하지 않았다. 이날 공개한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세칙인 '포괄허가취급요령'에서 우리나라만 대상으로 한 추가 '개별허가'를 강제한 품목은 없었다. 이에 따라 기존 불화수소·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3개 품목만 수출이 제한되는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일본은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A·B·C·D등급으로 나누어 운용하기로 했다. A등급은 수출령 별표3 포함국가로, 기존 화이트국가를 지칭한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못하고 B등급으로 분류됐다. B등급은 수출통제체제에서 일정요건을 갖춰야 하는 국가로 구분된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이번에 한국은 A등급에서 B등급으로 지위가 강등된 셈이다.
전문가는 다만 일본이 언제든 추가 수출규제를 단행할 수 있는 법 근거를 확립한 만큼 우리 정부 대응에 따라 추가 수출 제한을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가 현재로서는 확전을 자제하고 우리나라와 대화 가능성을 제시한 것 같다”며 “그러나 아베 총리 발언 등을 봐서는 (대법원 징용배상 판결에 대해서는) 지속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언제든 추가 수출규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도 이르면 이번 주 중 후속 조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8일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위한 방식 및 일정 등을 조율하고, 늦어도 다음달 중 시행하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와 '나' 지역으로 구분된 전략물자 수출 그룹에 '다' 지역을 신설하고 일본을 여기에 포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략물자수출입고시에 따르면 일본 등 29개국이 포함된 '가' 지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는 3년 포괄허가를 적용한다. '나' 지역에 수출할 경우 각종 제출서류를 추가로 내야한다. 가·나 지역 전략물자 판정기간은 15일이며, 90일을 적용하는 일본보다 짧다. 이에 '다' 지역은 더 엄격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