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규제 대상에 올린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두 번째 허가했다. 그러나 다른 규제 품목인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승인은 아직 한 건도 나오지 않아 업계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9일 일본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의 수출 허가 신청을 받아 들였다. 지난 8일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처음 허가한 데 이은 두 번째 승인이다.
첫 허가 물량은 신에츠의 EUV용 포토레지스트였고 이번에 승인 받은 제품은 JSR의 EUV용 포토레지스트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납품용으로 JSR 물량은 약 200갤런(Gal) 미만으로 알려졌다.
이 포토레지스트는 EUV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다. EUV는 10나노(㎚) 이하 미세회로 구현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꼽힌다. 반도체 회로를 구현하기 위해 웨이퍼 위에 바르는 것이 포토레지스트다. 이 EUV 포토레지스트는 신에츠, JSR, TOK가 만들어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에 공급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이달에만 두 차례 승인을 낸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서류 접수에 따라 순차적으로 승인이 난 것뿐이란 분석과 함께 일각에서는 일본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 정부 승인은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EUV용 포토레지스트와 함께 수출 규제 품목에 올린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승인은 아직 한 건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규제 시행이 예고된 직후부터 관련 기업들이 원활한 수급을 위해 일제히 대응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사이에 포토레지스트만 두 차례 승인 난 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수출 규제의 명분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정상적인 수출 허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명분 쌓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재 업계 관계자는 “애초 일본은 핵미사일 제조에 불화수소가 쓰이고 이 소재가 한국에서 북한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이유로 규제를 시작했다”며 “수출을 승인하면 스스로 모순을 만드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포토레지스트는 승인을 내도 불화수소는 앞으로도 규제를 할 것이란 주장이다.
일본의 이런 불규칙적인 허가에 혼란과 불확실성만 가중시킨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호섭 선문대 교수는 “일본에서 EUV 포토레지스트를 전략 물자로 보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어 허가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EUV 포토레지스트 외에도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할 품목이 훨씬 많다”며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로 달라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20일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급 불확실성 등은 여전하다”며 “일본의 3개 품목 개별 허가 조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조속히 철회돼야 (비로소) 일본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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