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4세 미만 아동의 개인 정보를 수집·활용하기에 앞서 관련 내용을 쉽게 설명하도록 한 법이 두 달 전에 시행됐지만 구글은 여전히 개선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가 법 시행에 맞춰 어린이 전용 안내문을 만든 것과 대조된다.
정보통신망법 제22조 3항에 이 같은 규정이 명시됐다. 지난해 12월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올해 6월 25일 시행됐다. 법 적용 대상자는 네이버, 구글과 같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다. 만14세 미만 아동에게 개인정보 처리 관련 사항을 고지할 때 이해하기 쉬운 양식과 명확한 언어를 쓰도록 의무화했다.
네이버는 법 시행과 동시에 어린이 전용 안내문을 회원 가입 홈페이지에 적용했다. 해당 연령대 사용자는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표하기 전에 안내문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를 통해 안내문 표현과 어휘가 만14세 미만 아동의 눈높이에 맞는지 검증받았다.
구글은 별도의 안내 문구를 싣지 않고 있다. 회원 가입 과정에서 이름, 생년월일, 성별과 같은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들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알리지 않았다.
현실과 다른 서비스 이용 약관이 논란을 부추긴다. 회원 가입 시 개인정보를 요구하면서도 약관에는 개인정보를 받지 않는다고 적었다. 구글이 공개한 개인정보 보호 및 약관에 따르면 구글 기본 정책은 만14세 미만 한국 거주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 사용자 역시 구글에 개인정보를 제공해선 안 된다.
카카오는 만14세 미만 아동에 대한 회원 가입을 제한한다. 구글과 달리 2005년생 이후 출생자는 생년월일을 입력할 수 없도록 시스템으로 막았다. 만14세 미만 아동은 원칙적으로 카카오톡 사용도 불가능하다.
아동 개인정보 보호 강화 움직임은 세계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올해 5월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에 '아동은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해 보호 장치 및 권리를 인지하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적시했다. 미국은 일찌감치 대책을 세웠다. 1998년에 아동온라인개인정보보호법(COPPA)을 제정했다. 최근에도 법을 개정하는 등 보호 수준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구글 관계자는 21일 “구글 계정은 만14세 이상에서 만들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부모 관리 아래 가족그룹으로 연결되는 패밀리 링크에는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고지 사항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패밀리 링크에는 자녀에 대한 부모 관리 사항을 소개했다. 만14세 미만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문구로 개인정보 처리 관련 내용을 설명해 줘야 한다는 국내법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구글을 포함한 국외 서비스 제공자가 국내법을 잘 지키도록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했다. 관련법이 최근 발효돼 현재 계도 기간”이라면서 “국내 대리인과 협의해 국내법에 따르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방효창 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은 “해외 콘텐츠사업자(CP)가 개정된 법에 따라 스스로 정책을 바꿀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면서 “국내 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법이 적용되도록 정부가 적극 유도하거나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