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뿐 아니라 국내 게임사도 블록체인 게임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도 블록체인게임에 주목한다.
암호화폐를 가장 자유롭고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오랜 기간 가상세계에서 가상화폐를 이용해 왔다. 이용자는 게임 아이템과 게임 머니를 다루면서 암호화폐와 비슷한 특성에 익숙해졌다.
블록체인 게임은 암호화폐를 내세워 모객할 수 있어 게임사에 새로운 마케팅 수단을 제공한다. 기존 게임 아이템이 게임사 소유였다면 암호화폐는 개인 자산으로 분류된다. 게임 속 재화에 대해서 이용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실 재화로까지 그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즉 이용자는 게임 플레이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고 '접을' 때 이득을 취할 수 있어 새로운 확률형아이템을 대신할 비즈니스모델(BM)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다양한 블록체인 게임이 등장했다. 카카오 자회사인 그라운드X '클레이튼'은 지난 6월 공식 출시와 함께 게임 파트너를 대거 공개했다. 블록체인 게임 부문 1위를 차지한 비스킷 '이오스 나이츠'를 진화시킨 '클레이튼 나이츠'를 비롯해 믹스마블 '마블 클랜스', 노드게임즈 '크립토 소드&매직'과 노드브릭 파밍형 역할수행게임(RPG) '인피니티 스타', 메모리 블록체인 기반 낚시게임 '크립토 피싱' 등을 소개했다.
엠게임은 '귀혼' '프린세스 메이커'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해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 트리는 '미르의 전설2' 소재 블록체인 게임 만든다. 네오위즈는 자회사 네오위즈플레이스튜디오를 통해 블록체인을 결합한 게임을 선 보인바 있고 미탭스플러스 역시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출시했다.
한빛소프트 블록체인 자회사 브릴라이트는 태국 아시아소프트와 협업해 댄스 배틀 게임 '오디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브릴라이트는 메인넷과 서버 연동을 위한 베타테스트에 돌입했다. 테스트를 마치는 대로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정식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게임빌 출신이 모인 위니플은 모바일 턴제 전략 트레이딩카드게임(TCG) '크립토 레전드'를 출시했다. 핵심 콘텐츠인 카드를 자산으로 설정해 이용자에게 소유권을 이양하고 관련된 모든 정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거래소를 통해 카드를 거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카드 자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게임 내 아이템이나 캐릭터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이용자는 거래소를 거쳐 캐릭터나 아이템을 매매할 수 있다. 타 게임으로 아이템과 캐릭터를 이전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A라는 게임에서 쓰던 장비와 캐릭터를 가지고 B라는 게임으로 넘어가 사용할 수 있다. 같은 코인을 활용하는 생태계에서 이동하게 되면 이득을 얻은 채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 블록체인 게임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에 안착할 것이란 기대도 크지만 암호화폐와 게임의 만남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암호화폐 거래에 따른 사행성 문제가 크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금성 자산이 보상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사행성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도박으로 분류될 여지도 있다.
법률상 도박이란 '재물을 걸고서 우연한 승패에 의해 그 득상(得喪)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둘 이상의 사람이 돈이나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및 권리를 걸고 확률에 의한 승부를 내 이긴 쪽이 이를 모두 갖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두 가지 요소는 바로 '재물'과 '우연성'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우연성에 좌우되는 요소가 있어도 재물이 걸리지 않았다면 도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최근 사행성 논란이 불거진 소위 랜덤 박스는 실제 돈을 내고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아이템 상자를 구매한다. 분명 우연성에 의한 아이템 습득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내용물이 실제 돈이거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환금성 아이템이 아니라면 재물이 걸린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 불가한 아이템이 나오는 랜덤 박스는 도박이 아니다.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실제 돈이거나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박으로 간주된 게임은 게임물이 아닌 도박물로 관리된다. 게임으로서는 등급분류 거부를 당하게 된다. 또 실제 돈을 걸지는 않아도 두 가지 요소를 과도하게 연상시키는 게임은 사행물 모사게임으로 분류돼 등급분류가 거부될 수 있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면, 우연성과 재물 요건 둘 중 하나만 피해도 도박이 아닌 게임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게임과 도박 사이의 미묘한 지점을 파고드는 것이 블록체인 게임인 셈이다.
때문에 아직은 한국에서 블록체인게임을 즐길 수 없다. 명확한 기준이 설정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사도 국내에서 접속할 수 없도록 한국 IP를 차단한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심의 기준 등 국내 허가 여부가 불분명한 만큼 불확실성을 안고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