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소재·부품·장비 단기간에 궁극적인 기술 국산화 힘들어...제품화 초점 맞춰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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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은 '100+α'개 핵심품목에 대해 조기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하는 것을 골자로 담았다. 향후 2020년에서 2022년까지 3년 동안 총 5조원 이상을 투입, 핵심품목 기술 자립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3년이라는 단기간에 기술 자립율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는 이에 대해 핵심품목 원천 기술 개발과 더불어 제품화에 대한 고민도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주요 산업은 핵심 산업이라도 기술 자립율이 낮다. 정부 대책도 이 같은 산업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부처가 이달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핵심산업 소재·부품·장비 자체 조달률은 반도체가 27%로 가장 낮았다. 이어 디스플레이 45%, 기계 61%, 전기·전자 63%, 자동차 66%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핵심산업 소재·부품·장비 자체 조달률이 모두 70%를 넘지 않는 셈이다. 불화수소와 불산, 포토레지스트 등 첨단 공정에 이용되는 반도체 소재와 더불어 디스플레이용 필름 및 점착소재, 기계 수치제어장치(CNC), 이차전지 소재, 연료전지용 화학소재 등 핵심 소재·부품이 모두 해외 의존도가 높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밸류체인(GVC)을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친 탓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밸류체인은 제품 설계, 부품·원재료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각 과정을 세계 각국에서 조달하는 생산 방식이다. 국가별 생산방식 배분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필요하다. 특히 국내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은 우리 기업은 글로벌 밸류체인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하지만 일본 수출 규제와 같이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될 때에는 높은 대외의존도가 효율적인 제품 생산에 차질을 준다.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단기간 안에 핵심 원천기술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강조한다. 또 핵심 원천기술 자립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지만 추진과정에서 제품화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심풍수 한양대 교수는 “기술 국산화도 궁극적으로 중요하지만 기술 국산화만 보고 R&D를 추진하다 장기간 개발한 기술이 실패했을 때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나라에는 숨어있는 국산기술이 많은데 제품화가 제대로 안 된점이 문제다. 제품화와 더불어 대체처 발굴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