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산 불화수소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가 시행된 지 한 달 보름여 만에 대체재를 일부 공정에 투입하는데 성공했다. 불화수소를 비롯한 3개 소재에 이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으로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업체도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일부 반도체 공정에 일본산 불화수소 대체품을 투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대신 대만과 중국산을 원료로 만든 반도체 공정용 소재를 지난달 중순부터 제조 공정에 적용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테스트가 끝난 제품부터 양산에 순차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체품 조달과 공급은 국내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각각 일본 스텔라 및 모리타의 불화수소를 수입·정제한 후 식각액(에천트)과 같은 반도체 공정용 소재를 만들어서 삼성전자에 납품한 회사다. 일본 정부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스텔라, 모리타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짙어지자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협력, 대체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대체 불화수소를 투입한 건 일본의 수출 규제 시행 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짧은 기간 대체재 투입이 가능한 것은 품질 평가 등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사전 대응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불화수소 수출에 제동이 걸린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며칠 뒤 수출은 정상 재개됐지만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대응에 불만을 품고 보복 조치를 취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국내 반도체 업체는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를 추진하는 등 '플랜B'를 준비했고, 그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본지 2018년 11월 8일자 1면, 2019년 8월 8일자 참조>
SK하이닉스도 대체 불화수소 투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당량의 대체 소재가 SK하이닉스에 납품된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와 대체 불화수소를 준비해 온 램테크놀러지 관계자는 “수백톤을 SK하이닉스 쪽에 납품했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 데다 제품마다 공정도 다르기 때문에 불화수소 대체는 아직 일부분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소재 업체가 합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달 말에는 국산 불화수소도 대량 생산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일본산 소재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증설하고 있는 솔브레인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필요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솔브레인은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고, 규모와 품질 면에서도 일본산 불화수소 대체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스텔라 불화수소를 수입, 정제한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해 왔지만 중국에서 원료(무수불산)를 가져와 직접 불화수소를 만드는 사업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기술력을 쌓았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