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불화수소 수출을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4일 수출규제 시행 후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불화수소를 승인 낸 건 처음이다.
2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이날 불화수소 수출을 승인했다. 대상은 일본 스텔라 제품으로, 솔브레인이 수입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물량으로 파악됐다. 솔브레인은 스텔라 불화수소를 국내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해온 곳이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주요 공정 중 식각과 세정 작업에 쓰이는 소재다. 불필요한 회로를 깎거나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사용된다.
일본 정부가 규제 시행 이후 한국으로의 불화수소 수출을 허가한 건 처음이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이달 들어 두 차례 수출 승인이 났지만 불화수소는 일본 정부가 군사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 규제 강화의 근거로 삼았다. 때문에 규제 대상에 오른 다른 소재들(EUV 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와 달리 불화수소는 수출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
경제산업성이 승인 낸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일본산 불화수소 대체방안이 모색되면서 거래 중단 위협을 느낀 일본 제조사 쪽에서 승인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이 핵심 소재를 무기화할 조짐을 엿보이자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소재 확충 등 대체 방안을 마련해왔다.
수출 금지가 아닌 정상 수출 규제임을 강조하려는 일본 정부의 명분 쌓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반도체 제조에 쓰인 불화수소는 스텔라와 모리타 제품이 주로 사용됐다. 스텔라 제품은 솔브레인이, 모리타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국내 들여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에 공급했다. 일본은 정제 기술을 바탕으로 고순도 불화수소를 공급해왔다.
한편 일본에서 지난 7월 한 달간 한국으로 수출된 고순도 불화수소는 수출 규제 영향으로 전월과 비교해 8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7월 품목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세정 공정에 사용하는 불화수소의 지난달 한국 수출량은 479톤으로, 전월 대비 83.7%가 급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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