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홍콩 사태 등 대외 여건 악화 속에서 9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작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줄어든 442억달러, 수입은 4.2% 감소한 424.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수출(-1.7%)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9개월 연속 감소했다. 또 6월(-13.8%), 7월(-11.0%)에 이어 8월까지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졌다.
품목별로는 작년 대비 30.7% 줄어든 반도체 부진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D램 가격은 50% 이상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재고 조정 △미·중 분쟁 심화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이 증대된 결과다. 석유화학(-19.2%)·석유제품(-14.1%) 등 주력 품목 수출도 부진했다. LCD·OLED 부진으로 전체 디스플레이 수출은 23.5% 줄었다.
반면 자동차(4.6%)·선박(168.6%)·농수산식품(5.7%)·화장품(1.1%) 등 품목은 선방했다. 자동차 수출은 201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증가했다. 7월 6.5% 감소했던 선박은 8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차전지도 7월 1.9% 감소에서 8월 3.6% 증가로 개선됐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중국(-21.3%)·미국(-6.7%) 수출은 모두 감소했다. 이달부터 양국이 추가 관세 상품을 확대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CNN 등에 따르면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일부터 112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했다. 같은날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 5078개 품목과 750억달러 규모 상품에 각각 10%, 5% 관세를 부과하는 등 난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수출은 6.2% 줄었다. 다만 7월 1일 일본 수출 규제 발표 이후 현재까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산업부 측 설명이다. 반도체 소재 등 세 개 수출규제 품목 수입액은 8000만달러로 전체 대일본 수입액 41억6000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수준이다.앞서 일본은 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 등 두 개 품목 수출을 세 차례 허가하기도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을 우리나라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달 내 일본을 한국 백색국가인 '가' 지역에서 제외하고, 신설되는 '가의2' 지역에 포함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방침이다.
월별 수출 증감률 추이 / 자료=산업부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