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성모병원 등이 이민·유학 비자 발급에 필요한 신체검사 가격에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개국(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중국) 비자 신체검사 가격을 동일하게 결정한 15개 의료기관(17개 병원)에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3일 밝혔다.
해외 이민·유학 비자 신청자는 각 국 대사관이 요구하는 검사 항목으로 구성된 신체검사를 지정병원에서 받아야 한다. 각 국 대사관은 비자 신체검사 가격이 유사서비스보다 높아 민원이 제기되는 문제 등을 고려해 개별 병원 가격 결정에 관여한다. 15개 의료기관은 가격 변경 사유가 발생할 때 가격 변경안을 대사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담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2~2006년 5개국 비자 신체검사 담당 지정병원은 국가별로 1~2차례 신체검사 가격을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하기로 합의·실행했다.
신촌세브란스, 강남세브란스, 삼육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하나로의료재단 등 5개 지정병원은 캐나다 비자 신체검사 가격에 담합했다. 2002년 에이즈 검사 항목이 추가되면서 신체검사 가격을 2만원, 2006년 인건비 상승 등을 반영하여 3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신촌세브란스, 여의도성모, 서울성모, 부산대병원, 하나로의료재단은 2004년 신체검사 가격을 2만원, 2006년 3만원 올리기로 했다.
이외에도 △뉴질랜드 비자 신체검사(신촌세브란스, 서울성모, 하나로의료재단) △미국 비자 신체검사(신촌세브란스, 삼육서울병원, 여의도성모, 부산메리놀병원) △중국 비자 신체검사(신촌세브란스, 하나로의료재단, 한신메디피아의원, 강원대병원, 조선대병원, 혜민병원, 한국의학연구소, 대한산업보건협회, 부산대병원, 고신대병원, 제주대병원) 관련 가격에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대사관이 병원 간 신체검사 가격에 차이가 나지 않도록 행정지도한 점, 담합에 따른 가격인상 폭이나 부당이득이 적은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임경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비자 신체검사 가격 결정 과정에 최초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시정 조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검사대상 병원, 수수료 수준에 대한 각 국 대사관 관여 등으로 일반 시장 수준으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 조치 수준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