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강자 디즈니가 영화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한다.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1위 넷플릭스가 놀랐다.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30%를 차지하는 넷플릭스다. 돈 좀 버나 싶었는데 디즈니 변수가 생겼다. 디즈니는 마블, 픽사, 루카스 필름, 21세기 폭스를 집어 삼키더니 VoD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이 그림을 디즈니 컴퍼니 CEO 밥 아이거가 그리고 있다. 만화영화로 코 묻은 돈을 벌던 디즈니가 아니다. 폭스까지 먹어버린 디즈니는 이미 푸른 몸의 헐크다.
디즈니 전임 회장 마이클 아이즈너는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으로 전성기를 주도했다. 마이클은 독재, 권위, 불통의 상징이었다. 마이클은 대부분의 업무에 참견했고 자기 맘대로 인사권을 발동했다. 권위로 기업을 이끌면 기업은 골병들게 마련이다. 오죽하면 '세이브 디즈니' 운동이 일어났을까.
밥 아이거는 달랐다. 월트디즈니컴퍼니 CEO로 취임하자마자 픽사를 인수한다. 상대는 깐깐한 독불장군 스티브 잡스였다. 디즈니는 픽사와 첫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제작하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아이거는 픽사 몸값이 최고일 때 스티브 잡스를 찾았다. “디즈니는 망했다. 이제 2D시대는 끝났다”며 읍소했다. 밥 아이거는 픽사를 이용해 디즈니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잡스에게 전달했다. '픽사처럼 혁신하겠다'는 밥 아이거에게 스티브잡스가 녹아내렸다.
2006년에 픽사를 인수한 아이거는 픽사 경영진 에드 캣멀과 존 라세터를 디즈니 에니메이션 스튜디오 수장으로 앉혔다. 에드와 존은 제일 먼저 숫자와 데이터 중심 경영 즉,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부터 제거했다. 영화제작 비용은 엄청나다. 불안한 경영진은 제작부에 안전한 선택을 종용한다. 안전한 선택의 결과는 십중팔구 실패다. 아이거는 위험을 회피하지 않았다. 콘텐츠가 자유롭게 숨 쉬도록 놔두었다.
아이거는 3년 뒤, 마블을 인수한다. 마블 인수 얘기가 돌 때마다 전임 마이클 아이즈너는 “마블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 마블 캐릭터와 디즈니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맞는 얘기다. 우주 악당과 맞서는 지구 영웅 아이언 맨과 백설공주, 미키마우스는 불협화음이다. 권선징악 스토리 구조는 그렇다 치고 디즈니는 미취학, 마블은 초딩 감성이 관여된 캐릭터가 아닌가. 유치하기는 거기서 거기지만.
마블 인수 때 아이거는 마블 콘텐츠 제작 전권을 아이작 펄머터 마블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제작자 케빈 파이기에게 위임했다. 디즈니 성 안에서 마블 요새가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이끈, 절묘한 한수다. 마블은 마블로서 존재해야 했다. 아이거가 “마블은 이제 디즈니 것이니까 디즈니 하라는 대로 하라”고 주문했다면 지금의 '마블신화 탄생'은 불가능했다. 임파워먼트 리더십으로 아이거는 콘텐츠, 캐릭터, 브랜드, 기술력을 디즈니라는 빅 텐트 안에 두는데 성공했다.
디즈니의 21세기 폭스 인수합병은, OTT 시장에서 전투력 확보를 의미한다. 어마어마한 자사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다. 그래서 우리는 디즈니랜드, 디즈니왕국이라고 부른다. 디즈니가 여러 나라의 우수한 저작권까지 흡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홍길동과 마블 영웅의 조합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CEO 생각의 크기가 기업 크기를 결정하는 시대다. 디즈니의 'A Whole New World'가 시작됐다.
박선경 인터랙티브 콘텐츠학 박사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