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주 독일에서 개막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확실히 느끼게 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전통적으로 즉시 팔릴 차들의 쇼케이스에 무게를 둬 왔다. 그러나 올해 전시장은 미래 자동차 콘셉트 기술 경연장으로 바뀌었다. 완성차 제조업체가 당장의 판매량보다는 미래 기술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모터쇼 주제 자체가 '드라이빙 투모로'다.
폭스바겐은 회사 첫 양산형 순수 전기차 'ID.3'를 공개했다. 회사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 기반의 첫 모델이다. 58kMh 배터리 용량으로 최대 420㎞를 달릴 수 있다. 30분 만에 약 290㎞를 달릴 수 있는 급속 충전도 능하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자사 전기차 브랜드 EQ의 첫 세단형 자동차를 공개했다. '비전 ESQ'는 벤츠 S 클래스와 같은 고급 세단 형태다. 한 번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다.
BMW는 MINI 브랜드의 순수 전기차 '뉴 미니 쿠퍼 SE'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뉴 미니 쿠퍼 SE 컨트리맨 ALL 4'를 최초로 공개했다. 아우디는 전기 구동 오프로드 차량인 'AI:TRAIL 콰트로' 콘셉트카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현대차도 미래 자동차 경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전용 전동화 플랫폼 'E-GMP' 기반의 신형 전기차 '45'를 선보였다. 현대차의 시작을 알린 포니 쿠페 콘셉트가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된 후 45년 동안 현대차가 쌓아 온 전통을 신형 차에 오버랩했다. 벨로스터 N 기반의 일렉트릭 레이싱카 벨로스터 N ETCR도 선보였다. 전시장 내 친환경 모빌리티 존을 구성해 수소전기차 넥쏘,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일렉트릭을 선보였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이 '엔진'에서 '모터'와 '배터리'로 이전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현대차는 물론 기존 생태계에서 절대 강자이던 독일 완성차 업체도 빠르게 새로운 자동차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업계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3대 진화 방향으로 △친환경(전기차, 수소차 등) △자율주행 △커넥티드를 꼽는다. 표현이 조금씩 다를 뿐 전문가 사이에도 큰 이견은 없다. 그만큼 차세대 자동차의 진화 방향이나 자동차 회사의 목표는 뚜렷한 셈이다.
다만 모든 참여자가 정답을 알기 때문에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쟁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자칫 한 눈을 팔다가는 경쟁에서 한참 밀려나게 된다. 무엇보다 스피드가 중요하다. 경쟁자보다 빨리 배터리 성능을 늘리고, 자율주행 단계를 높이는 노력 없이는 차세대 강자가 될 수 없다.
주변 생태계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이제 자동차는 통신, 정보통신기술(ICT), 전자부품과의 결합이 불가피하다. 예전처럼 계열사나 기존 협력사를 통해 모든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모든 것을 혼자 다 하려면 시간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태계 확장이 중요해졌다. 현대차도 기존 협력 밸류체인 이외에 새로운 기업과의 협력을 늘려서 새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흡수해야 한다. 새로운 분야나 이업종과 융합하려면 타 산업에 대한 이해와 오픈 마인드도 필요하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